거짓말로 사는 인생

2018.11.26 05:48

한성덕 조회 수:6

거짓말로 사는 인생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한성덕

 

 

 

 

  사람은 하루에 몇 번이나 거짓말을 할까? 19974,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은,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되는 직업군 일곱을 선정했다. 상점주인, 병원접수처 근무자, 정치인, 언론인, 변호사, 세일즈맨, 그리고 심리학자 등이다. 20여 명을 뽑아서 연구한 결과 하루에 최소 200번 정도는 거짓말을 한다고 했다.

  이들에게 소형 마이크를 부착해서 하루 동안의 대화 내용을 분석한 결과라고 한다. 200번의 거짓말이 ‘최소’라고 하니, ‘최대’로 치면 훨씬 더 많다는 계산이다. 믿어지기는커녕 상상이 안 된다. 하루 평균 8분에 한 번꼴인데, 잠자는 시간에도 거짓말을 한다는 게 아닌가? 사실이라면 인간은 거짓을 말하는 존재요, 거짓말은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의 일부’인 셈이다.

  우리가 말하는, 소위 ‘하얀 거짓말’까지 다 포함했다고 보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일도 아니다. 실제로 거짓말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주장하는 심리학자나, 거짓투성인 생활상을 보면서 날마다 ‘만우절’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저런 사고(思考) 끝에 내린 나름의 결론이니, 거짓말은 ‘생존본능’이라 말하고 싶다.

  실은, 거짓말이 인간관계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를테면 아내가 화장을 했을 때, 젊은 시절의 아름다운 모습은 사라지고 얼굴에 잡티가 빠글빠글하고 주름이 깊게 패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장을 마친 아내가 돌아앉으면서 “여보 나 예뻐?” 하고 묻는다면, 어느 얼빠진 남자가 “웬 떡칠이야?” 하겠는가? 설령 그렇다 해도 “그럼~ 예쁘다마다!” 하고 맞장구를 쳐야하는 게 현실이다. 거짓말은 거짓말인데도 말이다.

  불치병에 걸린 환자가 몸부림치며 몹시 고통스러워 한다.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하지만 신통치 않다. 애쓴 보람도 없이 병세는 점점 더 깊어 간다. 환자가 의지할 사람은 오직 의사다. 이런 환자에게도 의사는 ‘완쾌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며 정성을 다한다. 한 가닥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주는 말인 줄 누군들 모르겠는가? 그래도 이 역시 거짓말인 것을 어찌하랴.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말 속의 거짓도 있다. 그중 하나가, 시간과 상관없이 묻는 어른들의 인사법에 따른 답변이다. 어른들은 지난(至難)한 세월을 보냈기에 가난이 뼛속 깊게 멍울져 있다.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살았던 세월이다. 두피에 부스럼이 내려앉아 쥐 파먹은 머리로 지내고, 헤어진 옷을 꿰맬만한 바늘과 실을 걱정하며, 고무신을 신고 다니는 것이 아까워 들고 다니던 날이 있었다. 그래도 가장 큰 걱정거리는 끼니였다.

  그런 시절이 녹아들어 툭 던지는 말이 ‘밥 먹었냐?’ 하는 인사다. 그 물음에 십중팔구는 ‘예’라고 했으니 이 또한 거짓말이다. 이런 등등의 거짓이라면 얼마나 귀엽고 멋진가? 이른바 ‘선의의 거짓말’(white lie)이다. 이런 거짓말이야 말로 삶의 활력소다. 가정과 사회가 밝고 신날 뿐이다. 거미줄 같은 인간관계를 엮어가는 지혜로운 삶이다.

 

  요즘은 지겹고 짜증나며, 치명적이고 혐오스러운 거짓말들이 쏟아진다. 그 선두주자로 '가짜뉴스'가 달린다. 무엇이 참이고 거짓인지 아리송하다. 어느 선에서 진짜를 받아들이고 가짜를 밀어내야 하는지 신경이 곤두선다. 어떤 정치인들의 진실공방이 두통수를 때리고, 얼빠진 몇몇 사람들의 행태는 꼴사납기로 도를 넘었다. 정치인은 정치적 술법으로, 미술가는 예술적 기법으로, 사진작가는 합성의 기술로 거짓을 창조(?)해 낸다. 알쏭달쏭한 세상이다.

  이런 때, 문학하는 사람들의 책임이 크다. 진실한 눈과 입과 귀, 올바른 사고와 철학적 가치관, 사물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양심에 따른 필설을 담아내야 한다. 그래야 글이 힘 있고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지 않겠는가? 글을 쓰는 사람이 된 때부터 가졌던 마음이다. 거짓말이 난무하는 지금, 참말은 울고 거짓말이 웃는다고 생각하니 처음 가졌던 마음이 새삼스럽다. 글을 쓰는 한 언제나 이 마음을 담고 가고 싶다.

                                                     (2018.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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