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2018.12.04 12:57

전용창 조회 수:5

천국(天國)

꽃밭정이수필문학회

신아문예대학 목요야간반 전 용 창

 

 

 

 

 

 천국이 어디에 있습니까? 그럴 때마다 나는 성경말씀에는 천국이 있다고 했습니다. 바람이 우리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나뭇잎이 흔들림을 보고 그의 존재를 알 수 있듯이 말입니다. 예수님이 태어나신 베들레헴이 천국일까.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시내산이 천국일까. 궁금증으로 가득한 천국을 찾기 위해 평생소원이었던 이스라엘 성지순례의 길에 올랐다. 천국행 비행기는 2018102313시쯤 인천국제공항을 이륙하여 6,900km 거리인 이스라엘까지 고도 10,900m를 유지한 채 항속 750km로 안전하게 운행했다.

 

  비행기가 베이징 상공을 지나서 고비사막 위를 날고 있을 때 갑자기 동체가 심하게 흔들렸다. 기내방송에서는 이상기류를 만났다며 안전벨트를 꼭 매라는 방송이 여러 나라 말로 이어졌고, 스튜어디스는 기내를 돌며 일일이 안전벨트를 점검하고 있었다. 순간 아빠 엄마가 어디에 갔는지도 모르고 기다릴 아들 정기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내의 손을 잡고 기도를 했다. ‘풍랑이 이는 갈릴리 호수를 잠잠케 하셨던 하나님, 사랑하는 정기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이곳 하늘의 광풍을 잠재워주소서!’ 곧 기류는 안정되었고 기내도 조용했다. 나는 비행기 안에서도 천국의 기쁨을 느꼈다. 비행기는 10시간 이상 운항하여 2330분에 이스라엘 텔아비브 공항에 도착했다. 우리보다 6시간이 늦은 그곳의 시간으로는 오후 530분이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스스로를 선택한 민족이라며 선민의식과 우월주의가 팽배한 민족이다. ‘이스라’는 ‘겨루다’이고 ‘엘’은 하나님을 뜻하니 ‘이스라엘’은 ‘하나님과 겨루다’라는 뜻이다. 구약 창세기에 ‘야곱’이 친형 ‘에서’로부터 팥죽 한 그릇에 장자권을 산 뒤에 쫓겨 다니다가 홀로 얍복강 가에서 유숙하다가 하나님의 천사와 밤새 씨름을 했다. 천사가 그를 이기지 못하자 야곱의 환도뼈(골반뼈)를 쳐서 뼈가 어긋나게 했다. 그럼에도 야곱은 천사를 붙들고 자신에게 축복을 하라며 놓아주지 않았다. 결국 천사는 그에게 축복을 했고, 네가 하나님과 겨루어 이겼으니 이후로는 야곱이라 부르지 말고 ‘이스라엘’이라 부르라고 했다. 그 옛날 야곱의 후손은 유대인이라며 지금도 여전히 교만하다.

 

  입국절차를 담당하는 텔아비브공항 직원으로부터 그들의 국민성은 볼 수 있었다. 10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온 관광객을 세워두고는 남녀 직원들이 희희낙락하고 있지않나 여권을 확인하다 딴전을 피우지 않나 꼴불견이었다. 그래도 우리를 인솔한 가이드는 불평을 하지 말고 참으라고 했다. 만약에 그들에게 잘못 보이면 공항 내부에 연금하여 취조를 당하니 일행 중 한 사람이라도 붙들리면 일정에 차질이 있다며 당부했다. 저렇게 거만한 사람들이 선민이라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숙소는 갈릴리 호숫가에 우뚝 선 RESIDECE BEACH Holtel이었다. 커튼을 여니 둥근 보름달 달빛이 갈릴리 호수 위를 건너와서는 나의 얼굴에 비쳤고 침실까지 찾아왔다. 마치 주님께서 이제야 왔느냐며 무척이나 반기는 것 같았다.

 

  그날밤에 나는 갈릴리 호숫가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던 주님을 떠올려보았고, 호수 위를 걸으시고 광풍을 잠잠케 하신 주님의 모습도 연상해보았다. 십자가를 짊어지시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며 그토록 사랑한 제자들이 모두 다 배신했을 때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주님께서 천국복음을 주셨음에도 어리석게 천국을 찾는다고 이스라엘까지 온 나도 마찬가지다. 아내는 톨스토이의 단편선 “사랑이 있는 곳에 신도 있다.”를 읽다가 잠이 들었다. 나는 꿈길 같은 갈릴리 호수를 앞에 두고 잠이 오지 않았다. 호수는 둘레가 53km, 가장 깊은 곳은 43m나 되며 면적은 166km²로 한강을 포함한 여의도 면적의 60배에 달하니 호수가 아닌 바다라고 봄이 적절했다. 주님과 함께한 베드로는 이곳이 천국이라 생각했을까?  젊은 날 주님을 멀리하고 살아온 날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흘렀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고 있으니 아내가 깨어서는 천국에 와서 왜 우느냐고 했다.

 

  다음날 우리는 순례길이 멀다하여 2달러를 주고 조그마한 페트병 식수 2병을 샀다. 이곳은 석회암으로 구성되어 그냥은 물을 마실 수 없다고 한다. 화장실에 가는데도 둘이서 1달러를 내야 했다. 이곳에서 우리의 아반테 승용차를 보니 반가웠다. 가이드는 이곳 물가가 한국보다 2~3배나 비싸서 아반테 1대 값이 5천만 원 상당이라고 했다. 고국에서 흔하디흔한 잡초도 이곳에서는 귀하다. 오리브 나무를 키우느라 모래땅 밑에 호스를 깔아놓고는 하루에 몇 번씩 물을 공급해 준다고 했다. 식당에서 나온 사과도 아주 작고 맛도 없었다. 배는 아예 없었다. 이곳 유대인들은 술을 들지 않기에 밤 8시가 초저녁인데도 거리는 한산하고 사람 구경하기도 힘들었다. 어디가 천국이란 말인가?

 

 ‘예루살렘 성’에서는 예수님이 당나귀를 타고 입성하셨을 때 메시아가 오셨다며 종려나무를 흔들며 ‘호산나’를 외친 군중들은 온데간데 없고 소매치기가 많으니 귀중품을 조심하라고 하여 천국은 찾지도 못하고 가방을 꼭 붙들고 비좁은 성곽 통로에서 인파를 헤치고 가야 했다. 그곳에는 인도까지 가로막은 잡상인들만 가득했다. 그러던 며칠 뒤 이스라엘을 떠나 요르단에서 천국 아이들을 보았다.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들은 사막에서 양을 치고 사는데 길거리에 나와서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헤진 옷을 입었으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고, 눈동자는 빛났다. 가난해도 우리에게 구걸하지 않았다. 그곳에는 마트나 학교도 없었으나 둥근 텐트를 치고 양들과 살고 있었다.

 

  숙소로 돌아와 생각해보니 우리나라 같은 천국도 없었다. 이곳에서는 그 흔한 잡초도 귀한데 우리나라에서는 잡초가 너무 많다고 불평했고, 무수한 꽃들이라 이름도 몰랐으며, 어디에서든지 마실 수 있는 물의 고마움도 몰랐고, 돈을 지불하지 않고도 그렇게 깨끗한 화장실에 갈 수가 있었는데 당연하다고만 생각했다. 내 마음이 욕심으로 가득하여 가까이에 있는 천국을 보지 못하고 이곳까지 온 게 아닌가? 천국이 마음속에 있다고 주님께서 말씀하셨는데 도마처럼 손에 잡으려고만 하고 살아온 삶이 아니었던가? 나의 발길이 닿는 곳이 모두 다 천국인 것을 이제라도 깨달음을 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리며, ‘아빠 자자!’고 하는 아들 곁으로 갔다.

                                                   (2018.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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