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

2018.11.30 05:49

이형숙 조회 수:54

 잠 못 드는 밤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이연 이형숙

 

 

 

 

 

  맑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나는 아득한 심연으로 빠져들었다. 반백의 머리에 희고 거뭇한 수염, 이마의 깊은 주름이 그의 순탄치 않았을 삶의 여정을 짐작케 한다. 66세의 나이가 느껴지지 않는 ‘마틴 하겐즈’의 눈빛은 순수했다. 깊은 바다 속에서 울려나오는 듯 그의 노래는 잠을 앗아가 버렸다. 성악가들의 몸이 악기라는 말을 생각해 보면  그의 몸은 신이 정성스레 빚은 악기가 분명했다.  

  에도 색깔과 모양이 있다고 하더니, ‘You Raise Me Up‘ 은 가사와 멜로디가 그의 입술을 타고 흐르는 순간 슬픔조차도 감미로워지는 마법이 숨어있는 것 같았다. 아일랜드 민요를 편곡하고 개사해서 수많은 가수들이 불러 귀에 익숙한 노래이건만 오늘은 누군가를 위해 기도해야만 할 것 같은 영혼의 소리로 다가왔다.

  비 오는 길거리에 선 사람들은 노래가 끝나면 구겨진 모자에 동전을 넣고 마틴은 관객들에게 미소로 답한다. 우산도 펴지 않고 서서 노래를 듣는 그들은 아무런 꾸밈도 격식도 없이 사람들 앞에 서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과 깊게 공감한다. 그들의 자유로운 영혼이 부러워지는 순간이다. 화려한 무대가 아니어도 입으로 따라 부르며 눈물을 훔치는 모습은 우리가 흉내낼 수 없는 예술을 사랑하는 풍부한 감성이라 여긴다. 얼마 전 촛불이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세상을 바꾸었던 그 자리에도 음악이 함께 있었다. 음악이 갖는 커다란 힘을 실감하고 눈으로 보며 전율을 느꼈던 일이 생각난다. 음악이 시대와 함께 걸어간다는 것을 확인했던 광화문 촛불시위였다. 광장에서 눈물을 흘리며 함성을 지르기도 하고 함께 합창을 했었다. 민요도 대중가요도 동요조차도 모두의 가슴을 울리며 하나 되는 그 자리는 거대한 용광로였다. 음악이 지향하는 경지를 깊이 생각했었다. 음악이 세상을 바꾸어 놓을 수 있음도 보았다.

  대중 가수이면서 노벨문학상을 받아 세상을 놀라게 한 ‘밥 딜런’의 음악은 굳이 알려주고자 하지 않아도 노래에 실린 메시지에 지구촌 사람들은 모두 공감하고도 남는다. 어느 음악 평론가는 ‘흥얼거리고 건들거리면서도 얼마든지 인생의 의미와 전쟁의 광기와 신의 존재에 대해 묵상할 수 있게 하는 음악’이라고 했다. 딜런이 부르는 노래의 매력에 대해 읽으며 깊게 공감했었다. ‘무수한 사상과 언어의 창고에서 자신의 생각과 노래와 가사들을 끄집어 낸 철학가’라고도 했다. 700페이지에 달하는 그의 가사집도 날개 돋친 듯 팔린다고 한다.

  지금 세계가 ‘방탄소년단’에 열광하는 이유도 그들 스스로 만들어 가는 음악 속에 사회적 이슈를 녹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음악을 넘어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고 인종에 대한 편견 없이 다가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세대를 아우르며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경쾌한 비트에 녹아 있는 열정과 메시지가 더 크게 세상을 울려 그들이 원하는 세상을 이룰 수 있기를 희망한다.  

  You Raise Me Up  마틴 하겐즈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불렀던 노래다. 언제 들어도 부드러운 녹차향기처럼 은은하여 보이지 않는 신의 부드러운 손길을 느끼게 한다. 오늘 같은 밤 상처 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토닥여주는 위로자가 되어 노래를 부르리라.

 

  그는 오페라가수의 꿈이 좌절되었을 때 세상의 끝이라고 여겼다. 지금은 잃어버린 꿈을 놓지 않았기에 다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었다며 행복해 한다. 어릴 적 꿈을 이룬 그는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거리에 나선다.

 

‘당신이 나를 일으켜 주시기에 나는 폭풍의 바다도 건널 수 있었습니다. 당신이 나를 일으켜 주시기에 나는 산에 우뚝 설 수 있었습니다.

 

 잠 못 드는 밤 마틴 하겐즈의 노래는 삶에 지쳐 낡고 무디어진 나의 감성을 뒤집어 헤쳐 놓았다. 가슴속에 있는 어떤 현을 건드리는지에 따라 즐거움과 기쁨을 느낄 수 있고 평화로움을 선사받기도 한다. 또한 귀와 눈과 입에서 머무르지 않고 영혼을 울리는 음악은 욕망과 이기심으로 가득찬 현실에서 문득, 순수함으로 정화되어 나 스스로에게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제대로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우울할 때는 사정없이 구석에 팽개치고 기분이 좋을 때는 하늘 끝까지 나를 밀어 올리는 음악, 오늘 그의 음악은 화면을 뚫고나와 구름과 하늘 사이 어디쯤에 데려다 놓았다. 영상으로 만난 마틴 하겐즈의 노래에 마음을 적신 오늘, 나만의 바다에 깊이 빠져 잠 안 오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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