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아저씨

2019.03.23 06:31

고안상 조회 수:3

비행기 아저씨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고안상

 

 

 

 

  ‘음~ 무으으~~으으으으~~~’하며 한참 동안 아저씨가 내는 비행기 소리에 아이들은 정신을 놓고 있었다. 이때, 아저씨가 갑자기 큰소리로 ‘어흥~!!’하면서 무서운 호랑이로 돌변하여 주위에 있던 아이들에게 달려들었다. 아이들은 깜짝 놀라 혼비백산하여 뒷걸음질로 도망쳤다.

 지금은 장례문화가 크게 바뀌어 집안 어른이 돌아가시면 장례식장에 모셔 손님을 맞은 뒤 장례를 치른다. 그리고 많은 가정이 사십구재를 치른 뒤 상복을 벗는다. 하지만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만 하더라도 어른이 돌아가시면 3년 상을 치르는데, 두 해 동안 제삿날이 되면 음식을 장만하여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고 또 제사를 지냈다.

 그럴 때면, 우리 마을에는 어김없이 제삿집에 찾아오는 손님이 하나 있었다나이는 50대쯤 되고 다리를 절며, 몸가짐이 꾀죄죄한 장애가 있는 춘근이라는 ‘비행기 아저씨’였다. 그분은 우리가 사는 인근 마을의 제삿날을 어찌도 그리 잘 기억하는지, 그날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자신의 재주인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소리로 아이들의 시선을 한데 모으곤 했다. 아이들은 그분이 나타나면 어김없이 그분의 뒤를 졸래졸래 따라다니며

 “비행기 아저씨! 비행기 소리 한 번 들려주세요. 네?

하고 사정을 하며 졸라댔다. 처음에는 못 들은 척하다가도 애들이 사정사정하며 졸라대면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소리를 흉내 내곤 했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그 소리에 정신이 홀딱 빠져들 무렵이면 갑자기 무서운 호랑이로 돌변하여 아이들을 깜짝 놀라자빠지게 하였다. 그래서 그런 일을 당한 뒤부터 우리는 도망칠 대비를 하고 비행기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아이들은 그분을 만나면 ‘비행기!, 비행기!’라고 놀려대며 붙잡으러 좇아오면 도망치곤 했다. 아이들이 아저씨 뒤를 따르며 자꾸 놀려대면, 처음에는 그냥 모른 체하고 길을 가다가도 갑자기 뒤로 휙 돌아 아이들을 뒤쫓으면 아이들은 정신없이 줄행랑을 놓곤 했었다. 하지만 아저씨는 아이들을 혼내려고 그러는 것이 아닌 듯 잠시 뒤를 쫓는 척하다가 그만두었다.

 그 당시만 해도 인심이 좋던 시절이라 마을 제삿집에서는 비행기 아저씨가 와 아이들과 놀고 있으면 어른들이 그분을 불러 제사음식을 한 상 가득 차려 주었다. 그래서 아저씨는 자신이 사는 지역 인근 마을 제삿날을 빠짐없이 기억해두었다가 제삿집을 찾아가 음식을 대접받으며 끼니를 해결해나갔던 것 같다. 보기에는 비행기 아저씨는 장애가 있고, 배움도 없어 보였지만 기억력 하나만큼은 뛰어났다. 그러니 여러 마을 그 많은 제삿날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어김없이 찾는다. 모정에 모인 어른들은 웃으면서  

  “춘근이가 머리 하나만은 아주 뛰어난 사람 같아.

라고 이야기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이 철없고 시험 없이 좋은 시절이었다. 요즘 같으면 비행기 아저씨가 있다 하더라도 아이들이 별로 관심을 둘 것 같지 않다. 컴퓨터나 휴대폰 등을 이용해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 아이들은 별로 흥미를 보이지 않을 성싶다. 그동안 많은 것이 너무도 변해버린 것 같아 지금의 삶이 편리하고 좋기도 하지만 정서적으로 많이 메말라간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그래서 더욱 어린 시절의 또래들과 즐기던 자치기며, 빨랫방망이를 이용해 놀던 야구시합 그리고 이웃끼리 나누던 순수한 정이 그리워진다. 그리고 오늘따라 우리에게 즐거움과 놀람을 함께 선사하던 비행기 아저씨가 그립다.

                                                   (2019.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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