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읍인

2019.10.10 04:57

백남인 조회 수:8

나는 정읍인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백남인

 

 

 

  나는 이곳 정읍에서 태어나 자랐고, 평생 살았으며, 노년도 정읍에서 보내고 있다. 나의 선조들도 이곳 정읍을 근거지로 사셨으니 나는 토박이 정읍인이다. 다른 지방에서 살았던 사람도 지금 정읍에 살고 있으면 그도 정읍인이다. 이곳에 뿌리박고 사는 한, 우리는 모두 고락을 같이 할 공동운명체다.

 

  ‘정읍에는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보여줄 것이 별로 없다’고 푸념을 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그런데 내 눈에는 보여줄 것이 엄청나게 많아 보인다. 축제만 해도 얼마나 많은가? 전국적으로 이름난 것만 해도 정읍천변벚꽃축제, 동학혁명기념축제, 정읍사제전, 구절초축제, 내장산단풍제 등이 있다. 그 뿐인가. 무성서원, 피향정, 김명관고택을 포함한 정읍9(井邑九景)은 또 어떤가? 찾아가는 곳곳마다 관광객의 눈을 사로잡으며 문화해설사들의 유창한 설명에 흠뻑 빠져들 우리 고장의 명소들은 수없이 많다.

 

  정읍에 사는 사람이라면 응당 정읍의 역사와 지리, 정치와 경제, 사회와 교육, 문화와 예술, 자연환경과 명승고적에 대하여 다른 지역 사람보다는 훨씬 더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어느 관광지에 갔을 때 그곳의 문화해설사가 우리보다도 정읍에 관하여 더 잘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 정읍사를 줄줄 외우고, 정극인의 상춘곡을 술술 읊어 우리를 놀라게 하고, 동학혁명에 관해서도 잘 알지 않던가? 이러한 우리의 자랑거리를 나부터 잘 알고 있으면서, 알맞은 기회에 자연스럽게 재미있게 알려주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 듯하다.  

 

  우리는 매달 한 번씩 전국 시•도의 각 시•군을 두루 찾는 여행을 한다. 그곳의 역사와 문화를 알아보고 관광을 즐긴다. 그 곳의 발전상을 살펴보고 돌아온다. 그러는 가운데, 우리 정읍의 발전에 도움이 될 아이디어를 수집하거나 모색해 보는 기회를 가지기도 한다. 돌아오는 차중에서 그날 하루 동안 답사했던 과정을 되뇌어 보면서….

 

  우리는 평상시 나 한 사람이 정읍의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될 수 있겠느냐 하는 소극적인 자세로 생활하기 쉽다. 또 나 한 사람의 어설픈 언행이 정읍 사람의 품위를 떨어뜨리거나, 정읍의 이미지를 손상시킬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시내에 돌아다니는 사람들 중에는 다른 곳에서 온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아니, 요즘엔 다른 지역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온다. 또 음식점에서 만난 사람 가운데에도 다른 지방 또는 다른 나라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곳에서 무질서한 행동을 하거나 사리에 어긋난 짓을 한다면 그것은 바로 정읍인의 위신을 떨어뜨리는 행위이며, 커다란 수치일 수 있다.

 

  시내에서 가끔 외지인이나 외국인이 길을 물어볼 때가 있다. 이 때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 드리거나도움을 준다면 그가 자기 고장이나 자기 나라로 돌아가서 정읍의 인상이나 정읍인의 문화수준을 높게 평가할 것이다.

 

  한 번은 정읍사공원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을 만나서, 서툰 중국어 실력을 총동원하고 손짓과 발짓까지 구사하여 간단한 안내를 해 줬더니 몇 번이나 고맙다고 ‘셰셰’를 연발한 일도 있었다.

 

  어떤 문화해설사는 우리가 자기의 해설을 열심히 들어줄 때 정읍인들에 대한 인식을 달리 하게 되고, 더 성의껏 해설을 하며 정읍인에 대한 호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우리는 어느 곳에 가서도 정읍인의 인식과 품위를 높일 수 있다.

       

  올해부터 내년까지는 ‘정읍방문의 해’다. 우리 정읍 사람들은 이곳을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나는 정읍을 대표하는 시민임을 자부하며, 내가 바로 정읍 홍보대사임을 의식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문화시민의 자세로 하루하루를 살아갈 일이다.  

 

                                                 (2019.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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