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문화의 숨결

2019.12.02 12:37

하광호 조회 수:58

백제문화의 숨결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하광호

 

 

 

 

 오늘은 진안문화원에서 공주시 일원인 공산성과 국립공주박물관, 마곡사로 문화 유적 탐방을 가는 날이다. 가을이 무르익어감에 따라 소슬바람이 불어와 내 마음을 스산하게 한다. 산과 들은 초록빛으로 가득했는데 이제는 홍시마냥 붉은빛으로 물들어간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그 모습을 보기가 너무 짧은 게 아닌가?

 진안문화원 회원 90여 명이 관광버스를 타고 공주로 향했다. 문화원장은 덕담과 함께 공주시에 대한 설명도 곁들여 주었다. 가을 차창 밖의 풍경은 풍성함을 더해주고 갈대의 흔들림과 노란 은행잎을 보니 가을이 물씬 느껴졌다. 옆 자리 선배님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목적지에 다 달았다.  

 공산성(公山城)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회원들과 함께 인증샷을 찍고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들었다. 공산성은 백제시대에 축성된 산성으로 백제 때에는 웅진성으로 불렸다가 고려시대 이후 공산성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문주왕1(475) 한산성에서 웅진으로 천도했다가 성왕 16(538)에 부여로 천도할 때까지 564년간의 도읍지인 공주를 수호하려고 축조한 성으로서 당시의 중심 산성이었다. 산성에 올라서니 넓은 전경이 펼쳐져 마음까지 시원했다. 역사와 문화의 숨결이 가득한 왕궁관련유적을 보며 성벽을 돌아보았다.

 

 공산성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국립공주박물관을 찾았다. 백제 25대 왕이었던 무령왕과 왕비의 능에서 출토된 108종의 유물을 둘러보았다. 그 시대 두 부부의 찬란했던 속살을 들여다보았다. 왕과 왕비의 관장식, 귀걸이, 금제 뒤꽂이, 무덤을 지키는 상상의 동물과 묘지석 등 왕릉 출토품들이다. 함께한 선배님의 설명에 웅진(공주) 백제문화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었다.  

 

 금강물이 유유히 흐르는 것을 보며 마곡사로 갔다. 입구에는 아람드리 소나무와 주변계곡이 잘 어울리는데 인도가 별도로 개설되어 있어 회원들과 여유롭게 걸을 수 있었다. 입구에는 돌에 새겨진 ‘태화산마곡사’란 현판이 있어 회원들과 인증샷을 찍었다. 한참을 서성이니 형형색색의 단풍들과 국화꽃들이 방긋 웃으며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를 했다. 우리도 ‘반갑습니다’ 하며 반응을 보였다. 천년의 고찰이라 그런지 마곡사 오층석탑 주위에는 국화가 만발하여 경내가 환하게 빛났다. 고려말기에 원나라 라마교의 영향을 받아 세워진 탑으로 다보탑이라 불린다한다.  

 

 ‘마곡사’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왕벚꽃, 산수유, 자목련 등이 꽃을 피우는 봄이 가장 아름답다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가을엔 갑사라 불리어진다. 신라 선덕여왕 9(640)에 당나라에서 돌아온 자장율사가 통도사, 월정사와 함께 창건한 절이다. 여러 차례 화재가 있었으나 고려 중기에 보조국사 지눌에 의해 중건되었다 한다. 돌아보니 백범당(白凡堂)이라는 현판과 함께 사당이 보였다. 김구 선생이 명성왕후 시해사건 때 일본군 장교를 살해한 뒤 이곳에 숨어들어 승려로 지내기도 했던 곳이다.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어지럽게 함부로 걷지 말라. 오늘 내가 가는 이 발자취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 휴정 서산대사의 선시로 백범 김구 선생께서 생전에 즐겨 쓰시던 휘호라 한다. 이곳에서 김구 선생의 정신을 일부라도 마음에 새길 수 있었다. 해방 뒤 이곳에 찾아와 심은 향나무 앞에서 선배님과 인증샷을 찍었다. 2코스인 은적암 가는 곳에 백범명상길이 대원암, 죽림원, 백련암 코스가 있으나 시간의 제약으로 후일로 미루고 뒤돌아왔다.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산사의 모습을 돌아보는 내내 탄성을 자아냈다. 다리를 건너는 중 계곡과 어우러진 단풍에도 눈길이 갔다. 자연이 뿜어내는 이곳의 단풍은 형형색색 옷으로 입고 곱디고운 빛깔을 드러냈다. 길가에 나딩구는 낙엽은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고운자태를 한껏 뽐내고 있었다. 언젠가는 푸른 잎들도 생장기를 지나 낙엽 되는 노년기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미드 구르몽의 ‘낙엽’이란 시가 떠올랐다.

 ‘시몬, 나뭇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은 소리가.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 되리라. 해질 무렵의 낙엽은 더 쓸쓸하다’ 곱디고운 단풍의 아름다움에 푹 빠졌지만 내 마음에는 허전함이 함께 했다. 오늘은 공주시 일원인 공산성과 국립공주박물관, 마곡사를 탐방하면서 백제문화의 숨결을 느꼈다. 그 시대의 삶은 얼마나 고달팠을까?

 

  아내와 동행하지 못해 미안했다. 백제문화의 숨결과 물들어가는 단풍의 모습을 함께 보지 못해서 아쉬웠다. 다시 한 번 이곳을 아내와 함께 돌아보리라. 마곡사의 고즈넉한 절과 단풍의 아름다움과 낙엽들을 바라보며 지난날의 내 삶을 돌아보았다. 백제문화의 숨결을 느끼고 백제인의 당당함도 배우고, 앞으로 나갈 삶의 방향도 수정하고 싶었다.

                                                                                           (2019.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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