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픈 농촌

2020.04.28 13:08

최기춘 조회 수:3

가고픈 농촌

                                         최기춘

 

  내 고향 임실은 맛과 멋, 풍류가 어우러진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고장이다. 임실군은 충효의 고장 열매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져 왔다. 어떤 국문학자는 ‘임실’은 순수한 우리말로 ‘임들의 고장’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요즘엔 치즈의 고장, 박사골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대부분 농촌은 산업화의 물결에 휩쓸려 직장 따라 도회지로 몰려가 지금의 고향은 예전 같지 않다. 아기들의 울음소리, 젊은 아낙네들의 웃음소리가 멈춘 지 오래되었다. 우선 먹고 살기 급급하여 소득 분야에 치중하고 편리함을 추구하다 보니 싱그럽고 풋풋했던 자연환경도 옛날과는 많이 달라졌다. 동네 고샅도 시멘트로 덮여있고, 도랑도 쓰다 버린 농약병이나 폐비닐로 많이 오염되었다. 옛날엔 동네 앞을 흐르는 개천에서 흔히 볼 수 있던 가재나 미꾸라지, 송사리 같은 작은 물고기들도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가고픈 농촌’, 우리 고향 사람들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사업이다. 쾌적하고 아름다운 환경을 되찾아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민들이 많이 찾는 가고픈 농촌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유관기관과 이장협의회, 부녀회를 비롯한 주민들이 참여한 협의체를 구성하여 연간 중점 활동계획을 세워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선 폐비닐, 폐농약병 수거, 하천과 마을 안길 정비 등 손쉬운 일부터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꽃 심기, 태양광 조명 설치 등 경관 조성사업을 추진한 운암 상운 마을과 임실 정월 마을은 큰 성과를 거두었다. 마을 주변 환경이 깨끗하고 길가 언덕과 가로수 밑에 심은 꽃 잔디가 화사하게 피어 장관이다. 가고픈 농촌 만들기 사업은 시의 적절한 사업 구상이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답답해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가고 나면 제일 하고 싶은 일이 국내 여행을 하고 싶다고 한다. 지금은 여행 패턴이 많이 변하고 있다. 떠들썩한 유명 관광지를 가는 것보다는 한적한 농촌마을의 잘 가꾸어진 둘레길을 걷고 시골스런 맛집을 찾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여유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다. 가고픈 농촌 만들기 사업이 성공하여 동네 고샅에 꽃을 심어 벌들이 잉잉거리고 깨끗한 도랑에 가재와 송사리들이 노니는 하천 풍경을 생각하면 상상만으로도 가슴 벅차고 설렌다. 지난 일요일 아내와 함께 운암 상운 마을에 갔다. 동네 주변 길가와 가로수 밑 언덕에 심은 꽃 잔디가 활짝 피어 온 동네가 꽃으로 가득했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성미 급한 도시민들이 많이 찾아와 조용하던 농촌이 활기를 되찾은 느낌이었다.

 

 주말이나 여름휴가철에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 친구들과 국내 여행을 가려면 ‘가고픈 농촌’ 임실로 가라고 권하고 싶다. 둘레길이 안전하고 걷기 편하게 잘 만들어져 어린이나 노약자들도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다. 발길 닿는 곳마다 눈길이 머문 곳이면 전통문화가 살아 숨 쉬고 있다. 분명 자연의 싱그러움과 꽃향기에 취하여 아름다운 추억을 한 아름 담아 올 것이다. 어느 식당엘 가나 어린이들은 전국에서 가장 맛있는 치즈로 만든 피자를 맘껏 먹을 수 있고, 어른들은 어머니가 차려주던 밥상 맛을 잊을 수 없어 한 번 가면 또 가고 싶을 것이다.

                                                                       (2020.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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