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2020.04.28 14:19

정남숙 조회 수:8

마스크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정남숙

 

 

 

 “할머니, 엄마가 마스크 한 상자 주문했어요. 모래쯤 배달된대요.

 “응, 그래? 알았다.

 막 설을 쇤 뒤, 손녀딸아이의 전화를 받았다. 속으론 그까짓 마스크를 뭐하러 사서 보내는지 모르겠다며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그러나 막상 도착해야 할 택배가 오지 않아 궁금하던 차 이번엔 며느리의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 마스크 구입 실패했어요. 값을 올리려 하는지 구매 취소래요. 다시 기회 봐서 구입해 보내드릴게요. 죄송해요.

 그 때만 해도 이렇게 마스크가 품절(品切)이 되고 최고인기 품목이 되고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될 귀한 물건인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며칠 전, 중국(中國) 후베이성 우한(武漢)에서 들어온 중국인이 신종바이러스 감염증환자(感染症患者)로 발견되면서부터, 바이러스감염증 예방을 위해 손 씻기, 기침예절, 마스크 착용 등 생활수칙 준수와 발열, 호흡기 증상 발생 시 질병관리본부 (전화:1339) 또는 보건소로 상담 바란다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문자메시지를 계속 받기도 했었다. 하지만 마스크는 나에겐 별로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2002년 겨울에 사스(SARS)가 발생했었고, 몇 해 전엔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있었을 때도 나는 직접 피부에 닿지 않는 느낌을 받고 지나갔었다. 다만 고희(古稀)를 훌쩍 넘겨 희수(喜壽)에 첫 손자를 본 큰 언니가 병원 출입이 제한되고 대면 접촉이 금지되는 바람에 그 귀한 손자를 한 달이 넘도록 만나보지 못해 안달이 났던 상황만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이번 코로나19도 잠시 동안 법석을 떨다 사라지겠지 했었다.

 

 “어머니, 마스크 구입했어요?

아이들의 성화가 빗발쳤다. 코로나19의 세력이 불가사리의 괴력을 과시하며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그 중심에 마스크대란이 일어나 원하는 마스크구입이 어려워졌나보다. 급기야 일주일에 한 번 1인당 2매씩 그것도 출생연도 끝자리 요일을 선택해 약국에서 구하라는 제한적(制限的) 판매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아침부터 약국 앞에서 진을 치고서 마스크구매 전쟁이 일어나고 있었다. 여기에 나조차 휩싸이고 싶지 않았다. 밖에 나가지 말라면 안 나가면 되고 나들이 할 일이 있어도 우선 집에 있는 것을 사용하면 되겠기에 아예 포기하고 있었다.

 “아니, 난 안 살거야.”

 필요한 사람들 하나라도 구할 수 있도록 내 몫을 포기하려 한다.

 “참, 어머니도!”

 아이들이 말을 못하고 만다. 얼마 후, 서울에서 주말 아침에 아들이 나를 부추긴다. 마스크 사러 같이 나가자고 한다. 주말엔 출생연도와 관계없이 주중에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구할 수 있도록 했으니 한 번 나가 직접 체험해 보자고 했다.

 

 사실은 나도 궁금했었다. 못이기는 척 따라나섰다. 그런데

  “와, 이게 사실 이구나!”

 약국이 저만치 보이는데 벌써 사람들은 인근 골목을 빙빙 돌려 꽉 들어차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아들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가자하며 자동차핸들을 돌렸다. 그러나 두 번째 약국앞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돌리려 했다. 어딜 가도 똑같을 것 같았다. 이왕 나왔으니 기다려 보자고 했다. 그러나 아들은 약국에 배정되는 마스크 수는 무한정이 아니라 하루 공급되는 숫자가 400매 정도로 한정이 되어 있어 한 사람이 2매씩 구입해야 하니 줄을 서 대기하는 사람들도 미리 가늠하여 발길을 돌리는 것이 현명하다고 한다. 한참을 망설이던 아들은 짐작 가는 곳이 있다며 전화를 하더니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곳으로 갔다. 어쩐 일인지 그곳엔 사람들이 없었다. 사실 이 곳은 오늘 판매하는 곳이 아니었다. 그러나 주중에 팔다 남은 것을 팔고 있었다. 아파트 근처 약국들은 그날그날 다 소진(消盡)되는데 이곳은 한적한 주택가 골목 약국이라 재고 물량이 남아있었다. 병원 입원중인 며느리 손녀의 입원확인증을 발급받고, 주민등록등본을 제시하면 대리구매도 가능하여 우리식구 몫의 마스크를 몽땅 살 수 있었다. 성공적으로 마스크 구매를 마쳤다.

 

 나에게 있어서 마스크란 별 의미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한 겨울 찬바람이 몰아쳐 올 때면 감기조심하려고 잠간씩 쓰는 면 마스크 하나 핸드백 속에 넣어 두고 있을 뿐이었다. 환경부에서 비상저감조치시행이라며 보건용 마스크착용을 권했어도 나완 상관이 없었다. 그러나 일상에서 황사나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될 때가 아니어도, 아침 조깅이나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얼굴에 가면처럼 쓴 것을 보면 왜 저렇게 마스크를 선호하는지 알 수 없었다. 언젠가 내가 거래하는 은행에서 사은품을 받았다. 언제나 마찬가지로 비닐 팩과 주방세제 세트였다. 그동안 몇 차례 받아와 남 주기 바빴었다. 이번에도 나에게 아무 필요 없는 것들이다. 나는 점장에게 이왕 사은품을 주려면 적정한 물품을 주면 좋겠다고 했다. 뭐가 좋을지 물었을 때 미세먼지 방지용 마스크를 권했다. 얼마 있어 사은품으로 마스크를 구입해 놓았으니 한 번 들려 달라 한다. 사은품과 아이템 몫으로 두 박스를 챙겨놓고 있었다. 남에게 인심 쓰고 아직도 한 박스는 그대로 남아있으니 당장 마스크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마스크는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병기다. 우리나라 마스크 대란이 쉽게 잠잠해진 것은 정부가 나서서 마스크 제작과 공급을 독려한 덕분일 것 같다. 거기에 대재벌이 앞장서 해외에 있는 자회사를 총동원해 원료구입에 총력을 기울여 두세 차례 원단구입을 성공적으로 수입하는 바람에 1억 개의 생산 분량을 확보했다고 한다. 마스크대란이 어느 정도 멈춘 것 같다. 이젠 해외에서도 우리 마스크를 선호하여 구원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마스크 외교가 벌어진 것이다. 한국전쟁당시 참전했던 동맹국에 우선 지원한다고 한다. 작은 마스크가 보은의 몫을 단단히 하고 있는 셈이다. 값싼 중국산이나 면 마스크를 독려하는 일본과는 게임이 되지 않는 우수한 제품이 우리나라 마스크다. 마스크 착용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가 다 같이 일상에서 필요불가결한 존재다. 마스크의 위력 앞에 코로나19는 그 기세를 멈추고 말 것이다.

 

  아직도 코로나19 상황중이다. 우리 아이들은 잠시만 밖에 나갔다와도 얼른 마스크를 받아 살균기(殺菌器) 속에 집어넣는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제성은 어느 정도 둔화됐지만 감염병 확산방지를 위해 사람사이의 접촉을 줄여야하며, 우리가 지켜야할 필수 4가지 생활수칙은 일상에 습관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외출했다 돌아오면 반드시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 씻기, 기침할 때 옷소매로 입과 코 가리기, 마스크 착용하기, 의료기관 방문 시 해외여행 알리기 등이 있지만 그 중에서 마스크 착용은 이젠 일상이 되어야 한다. 나에게도 마스크착용은 일상이 되었다. 거리에 나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을 보면 대단한 사람으로 보인다. 나를 위한 것도 있지만 남을 배려해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면 좋겠다. 감히 무시 못 할 마스크의 위상 앞에 나도 백기를 들고 항상 지니고 다닌다. 

                                                  (2020.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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