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선물

2008.09.06 06:11

이영숙 조회 수:66

많이 아팠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많이 고통스러워한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많이 아프고 힘들었다.   오래전, 내가 섬기던 교회서 부흥회가 있었는데 강사목사님이 “몸이 마음을 지배하느냐, 마음이 몸을 지배하느냐”라는 질문을 하셨다.  모두들 생각을 하느라 그런지 입을 다물고 조용히 있는데 내가 당당하게 “마음이 몸을 지배합니다.”라고 대답을 했다.  잠시 생각하시던 목사님은 “나는 아주 적극적인 사람이고 긍정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다리를 크게 다쳐서 오랫동안 침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나의 마음에 부정적인 생각과 모든 가능성이 없는 것들로 내 머리에 가득 찼었습니다.  몸이 아프면 마음이 함께 힘을 잃습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수긍했다.  깊이.  ‘건강한 몸에 건강한 마음이 깃들인다’는 말이 바로 그래서가 아닐까.  그러기에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있는 환자들에게서 희망을 찾는 일이 귀하고도 어려운 것이다.  몸이 아프면 모든 것이 어려워 보이고, 속에 있는 가능성들이 하나씩 사라져 가는 것이다. 물론 때로는 마음이 몸을 지배할 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언제나 마음이 몸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참 많은 시간을 몸이 마음을 지배한다. 이번 나의 경우는 마음이 몸을 지배했느냐, 몸이 마음을 지배했느냐 라는 질문이 무색하게 몸과 마음이 함께 힘들고 아팠다.  이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몸을 지배해서 그런 것 같고, 저렇게 생각하면 몸이 너무 힘들어서 마음이 더 쉽게 우울해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이번에 몸도 마음도 함께 어려운 시간을 가졌었다.   시간만 있으면 누워있었다.  잠이 들 때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그냥 누워서 끙끙 앓고 있었다.  저 깊이, 음부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한없이, 끝없이 추락하며 내려가고 있었다.  그러는 나는 암흑 속에, 음부 속에 누워있었다.  아픔과 외로움과 고독...... 바로 그것들이었다.  믿음 좋은 어느 권사님이 할법한 기도, ‘주님 어서 오십시오’라던가 ‘나로 통한 주님의 뜻이 다 이루어졌다면 이제 족하오니 그만 불러주십시오’ 라는 존경받을 만한(?)믿음의 기도만 드리며 있었다.  그러나 그 시간동안에 주님이 오시지도 않았을 뿐더러 하나님께서 나를 불러주시지도 않았다.  그저 다시 몸도 마음도 회복되고 있었다. 아니, 회복되기 전, 난 한줄기의 빛을 보았다.  캄캄한 흑암가운데 위로부터 비취는 한줄기 빛이 있었다.  크지는 않았지만 내 얼굴을 향해 정확하게 비쳐지는 한줄기의 빛이었다.  게슴츠레 눈을 뜨고 바라보았을 때 가늘었지만 환한, 확실한 빛줄기였다.  그 빛은 나에게 힘을 주었고, 내가 다시 일어서는데 기둥이 되었다.  그 빛은 확신에 찬 내 믿음이었다. 은혜는 값없이 받는 것을 말한다.  받을 자격이 전혀 없는,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을 은혜라 한다.  그런데 나는 요즘 들어 가끔, 아니 솔직히 좀 자주 내가 받을 자격이 있어서 이러한 은혜(선물)를 받는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음...... 글쎄, 자격이라 하면 사실 과장된 표현에 말도 안 되는 일이고 그저 그 선물 받을 값을 치렀다고 할까.  하여간 그래서 받는다는 생각을 할 때가 가끔 있다. 나의 그러한 생각은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큰 아픔을 격고, 감당하기 어려운 시험에 들어 쓰러질 것 같은 상황에까지 가서 억지로 일어나서 버티고 난 후에 내가 얻는 선물이 나를 감동하게 하였고, 그것은 나의 아픔 때문에 오는 은혜임을 확인하고 난 다음부터 그러한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 이후부터 나에게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이나 시험이나 환난이 찾아오면 이 시험을 통과하고 난 다음 난 무슨 선물(은혜)을 얻을까 준비부터 한다.  문론 선하신 하나님은 그것이 꼭 내가 잘 하고 은혜 받은 만하여서 주는 것이 아니라 나의 실수에도, 내 못난 잘못 때문이라 하여도 많이 아파하고 힘든 과정을 거치고 나면 선물을 준비하신다.  그 아팠던 대가로, 그 고통을 위로할 선물로.   나의 이런 말을 들고 나를 비웃을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내 믿음이고 내 확신이다.  내가 힘들 때마다 하나님은 준비하신다.  나에게 줄 선물을.  그 아픔을 견디며 지나온 시간들을 위로하시고 보상해주시는 하나님을 나는 믿음으로 기다린다.   이번에 많이 아프면서 내가 본 빛은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뭔가를 준비하고 계시는 모습을 본 것이다.  많이 아팠다.  정말 힘들었다.  그 후 하나님은 그러한 나를 위로하시려 큰 선물을, 놀라운 은혜를 준비하고 계신다는 확신이 생기는 것이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아직 모른다.  어떠한 것을 준비하시는지, 무엇을 주시려는지 아직 아무것도 모르지만, 내 육신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왠지 하나님께서 아파하는 나에게 주려고 뭔가를 준비하시는 모습을 내 눈으로, 믿음의 눈으로 보았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고 보지 못한 것들의 증거’임을 나는 확신한다.  그러자 힘이 솟아올랐다.  아픔을 떨치고 일어날 수 있었다.  어쩌면 내가 아픈 그것들보다 더 큰 것을 준비하시는 것 같았다.  기쁨이었다.  행복이었다.  감사였고 즐거움이었다. 글쎄, 어떤 이들은 이러한 나를 교만 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까?  좀 더 직설적인 표현으로 ‘꿈도 야무지다’고 말 할 사람도 없지는 않겠지.  그러나 나는 그런 사람들의 말을 개의치 않을 것이다.  내가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시니 나의 확신은 분명할 것이며 그 분명한 확신에 하나님은 웃음으로 응답하실 것이라 믿는다. 내일은 미장원엘 가야지.  예쁘게 머리하고 잘 손질해야지.  화장을 환하게 할 거야.  볼터치를 진하게 바르고 립스틱은 화려한 색깔로 칠할 거야.  내가 가진 옷 중에서 가장 예쁜 옷으로 골라 입어야지.  화사하고 밝은 모습으로 하나님께 나아갈 거야.  주시는 선물 받을 준비를 해야지.  선물을 받을 때는 내 모습처럼 환하고 예쁜 목소리로 말할 거야.  “하나님 정말 감사해요.”라고. 그리고 한마디 덧붙여야지.  “하나님, 나 교만한 거 아니죠?”

9-6-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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