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

2008.10.20 10:04

장태숙 조회 수:51

   걸레
            


너의 그늘을 찾아 뱃가죽으로 쓸고 간다

접근할수록 번져가는 내 몸의 얼룩이
슬픔처럼 깊어가도
비굴함 없이 감싸 안는 거
부드러운 겸손으로 너의 상처를 핥고
네 고통 내 주름 속살 깊숙이 흡수시키며
나는 흥건히 어두워진다

비웃지마라
뒤엉킨 시간이나 너덜거리는 세상의 먼지와 땟물  
뒤집어 쓴 건 내가 아닌 너였다
네가 게워낸 것들 쓸어안으며 나는 흔쾌히 어두워졌고
너를 벗겨내며 그 찌꺼기까지 기꺼이 들이마신다.

엎질러진 물이나 커피처럼
도처에 흩어진 네 울음 충분히 거두고
널브러진 내 육신 뜨거운 비눗물에 팍팍 삶아
뽀송뽀송 되살아나면
다시 또 너에게 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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