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놓치다
2009.04.21 04:04
배꽃이 눈처럼 쌓인
마을을 지나고
어젯밤 유혹의
화려한 불빛으로
손을 내밀었던
저수지는
화장을 지워버린 여자의 얼굴 같다
혼자 생각을 풀어 놓은
어지러운 꿈자리
갈곳을 잃고 서성거리고 있다
그곳에서 20년을 살았다면서
술술술 세상사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택시 기사님
혼자 떠나온 여행에
불길함을 예측했는지
세상사 돌고 도는 것이라면서
친절하게도 고속터미널 대신
기차역앞에 내려준다
목적지를
거꾸로 뒤짚은
대전행 새마을호...
3호차 번호가
3번 라인으로 착각한
한참을 기다린 기차 떠나버리고
오류가 어디 이것 뿐이랴?
쓸쓸히 기다리기만 한
봄은 그렇게
또
빠르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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