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 왕국 사람들

2008.11.19 15:31

고현혜(타냐) 조회 수:44

하얀 빵을 구하러 간
왕을
기다리다 지쳐
잠들어 버린
거지왕국 어린이들의
볼에 흐르다 멈춘 눈물이
이슬모양 달려있습니다.

그러나
왕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자칭
선택받은 사람들의 가면 무도회가
끝난 뒤 남은 빵을 줍던
거지왕국의 왕은
푸른 죄수복을 입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붉은 창살 틈으로
마른 빵을 넣고
더 핼쓱해진 왕을 본
어린 공주는 빨간 벙어리 장갑으로
얼굴을 가리고
세찬 바람속을
뛰어가 버렸습니다.

슬픔과 고뇌의 핏줄들로
엉키어 터질 것 같은
심장을 억누르는
거지왕국 사람들의
가슴은 쓰라렸습니다.

그들은 매일
더도 아닌
한 웅큼만의 빛을
허락해 달라고
탄식과 같은 기도를 합니다.

바람조차
멈추지 않는 거지왕국
오늘은 비까지
주룩주룩 내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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