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

2008.11.19 15:05

고현혜(타냐) 조회 수:29

돌아보면
묘지는 매일 느는데
슬퍼하는 이는 적고
무덤위에 놓였던 꽃은 시들었는데
새 꽃을 갖다 놓는 이가 없다.

한 병든 가난한 시인은
빵을 팔아 원고지를 사고
장난감이 갖고 싶은
어린 자식의 눈엔 이슬이 가득 고였다.

우리의 벗은
한 마디 유언도 없이 옥상에서 떨어져 버렸고,
정신이상된 아들은 부모를 쏘았다.

사기로 망해버린 우리 이웃은
Freeway에서 열 바퀴를 돌아버리고,
겁탈당한 13살짜리 계집애는
멍하니 앉아 웃고 있다.

그래도 우리에겐 아무런 표정이 없다.
이미 우린 나 외에는 모든것에
등을 돌리고 말았다.

우리의 꿈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그리움과 절망조차도 말라가고 있다.

습관처럼 쳐다보는
녹슨 거울에 비칠
핏기 어린 피곤한 눈동자를 확인하며
우린 다만 핏기 없는 얼굴로
살아갈 따름이다.

태양은 차가워지고
세상은 어두어져 간다.
우린 그 어둠의 거리를 잘도 걸어간다.
빛도 없이.

바삐 돌아선 길모퉁이 앙상한 나무아래
작은 아이 하나가 울며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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