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숟가락------------------신문
2008.11.23 12:19
무거운 숟가락
이월란
지금까지 그 흔한 철봉에 턱걸이 하나 걸쳐 본 적 없다
스키장까지 아이를 데리러 가느라 급경사의 S라인을
핸들 꽉 붙들고 한 시간 동안 벌벌 기어 갔다 왔다
찬밥덩이를 해결하느라 김치 볶음밥을 반 시간 동안
꾹꾹 눌러 휘저었다
밥을 먹는데, 팔이 마취 주사 맞은 듯 어깨가 한 짐이다
“에이고오~, 숟가락 들 힘도 없데이~”
한 번씩 몸살을 하실 때마다 끙끙 앓던 울 엄마 목소리 간절하다
“할망구, 그 밥 다 먹나 안먹나 볼끼다”
째려보는 못된 딸년 앞에 두고도
"묵는거 버리모 죄 받는다 아이가"
밥 한 톨 남기지 않으셨던
먹성도, 몸집도 좋으셨던 주책바가지 울 엄마 보고프다
천국에서도 밥을 먹고 산다는데
숟가락 들 힘 펄펄 살아나셨을까나
아기 단풍잎만한 빈 숟가락 위에 일찌감치 떠나신
울 엄마 시름이 다 얹혀 있다
2008-11-23
이월란
지금까지 그 흔한 철봉에 턱걸이 하나 걸쳐 본 적 없다
스키장까지 아이를 데리러 가느라 급경사의 S라인을
핸들 꽉 붙들고 한 시간 동안 벌벌 기어 갔다 왔다
찬밥덩이를 해결하느라 김치 볶음밥을 반 시간 동안
꾹꾹 눌러 휘저었다
밥을 먹는데, 팔이 마취 주사 맞은 듯 어깨가 한 짐이다
“에이고오~, 숟가락 들 힘도 없데이~”
한 번씩 몸살을 하실 때마다 끙끙 앓던 울 엄마 목소리 간절하다
“할망구, 그 밥 다 먹나 안먹나 볼끼다”
째려보는 못된 딸년 앞에 두고도
"묵는거 버리모 죄 받는다 아이가"
밥 한 톨 남기지 않으셨던
먹성도, 몸집도 좋으셨던 주책바가지 울 엄마 보고프다
천국에서도 밥을 먹고 산다는데
숟가락 들 힘 펄펄 살아나셨을까나
아기 단풍잎만한 빈 숟가락 위에 일찌감치 떠나신
울 엄마 시름이 다 얹혀 있다
2008-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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