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으로 가는 바른 길/이 아침에(미주중앙일보)
2010.04.02 16:23
행복으로 가는 바른 길
조옥동/시인
‘삼각형의 두변의 합은 다른 한 변보다 길다.’ 중학교 수학 선생님은 보리밭에 샛길이 생기는 예를 들어 설명했다. 보리밭이 푸르게 펼쳐진 시골길로 통근한 선생님은 사람들이 길을 따라 돌아가는 대신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고 보리밭을 가로질러 샛길로 가는 바람에 아까운 남의 보리이삭을 망쳐 놓았다는 얘기다. 길이 아닌 길은 가지 말고 바른 길로 가라는 말씀도 덧 붙이셨다.
사람들은 샛길 곧 지름길을 좋아한다. 지름길을 찾는 이유는 노력과 시간을 덜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살다보면 정도와 샛길 어느 것이 진짜인지 판단이 흐릴 때가 많다. 지름길을 좋아하다 많은 부작용을 겪기도 한다.
서울의 북한산 국립공원이 수백 개에 이르는 샛길로 신음하고 있다. 정규 탐방로가 74개인데 300개가 넘는 샛길이 북한산을 수백 조각의 파편으로 만들어 동식물 서식처가 파괴되고 흩어진 쓰레기로 경관이 훼손됨을 탄식하는 글을 읽었다. 이런 폐단이 어디 북한산뿐이며 산하만의 문제인가 싶다.
조국의 광복 후 전쟁을 겪고 국가와 사회가 모두 가난하고 각 분야의 제도가 미비했을 때 남보다 먼저 잘되겠다는 욕망이 자기만의 지름길을 만들려고 급행료를 주고받으며 서로 이익을 챙겼다. 한국경제가 급격한 성장을 통해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몰고 온 과도기엔 부패가 성행하였다. 우리는 성공과 행복으로 통하는 지름길은 바로 자신의 노력과 능력으로만 가능하다는 정도를 알면서도 주변의 유혹에 쉽게 빠진다.
여학교 졸업 무렵 한 친구가 만년필로 내 손바닥에 무얼 써 주었다. “학문에는 왕도가 없다.”는 글이었다. 이 말을 그저 열심히 노력하라는 말로 당시엔 심각하게 생각지 안했으나 세월이 지날수록 갈팡질팡 흔들릴 때마다 왕도를 씻어버린 내 손바닥을 본다. 왕도란 말 자체가 고루하게 들리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이 시대와 사회에 맞는 왕도가 틀림없이 어딘가 존재할 것이다. 학문에 왕도가 없다면 그 길은 무엇인가? 개인의 행복 과 사회, 국가의 번영을 이루는 왕도는 어떻게 찾을 것인가? 친구가 말한 왕도는 아직도 해답을 온전히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있다.
원래 왕도王道란 국가를 다스리는 정치 목적을 위한 공평무사한 덕치사상을 나타내는 말로 공자와 맹자를 거쳐 완성되었다. 한과 당 시대를 통해 유교정치사상으로 발전했고 한국에선 고려시대에 정치이념으로 확립되고 조선조 초기에 극도로 발전한 왕도사상은 삼강오륜의 윤리 도덕을 강조했다. 이제는 수세기 동안 성리학과 세계관의 변화로 왕도의 개념과 방법조차 시대의 물결을 타고 계속 변모되고 있다.
인류역사상 사후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분들이 있다. 평생을 끊임없이 삶의 의미를 찾아 제자를 가르치고 실천하여 본을 보여준 위대한 성인들과 이에는 못 미쳐도 학문과 예술, 삶의 현장에서 사람들을 깨우치고 변화시킨 위인들이 있다.
그들이 살아 간 공통점, 삶의 왕도는 겸손과 사랑의 실천이었다. 우리와 함께한 위인 중 작년엔 김수환 추기경을, 올해엔 법정스님을 떠나보냈다. 며칠 전엔 자신을 버림으로 조국을 사랑한 안중근 의사의 100주기를 맞았다. 이제 예수님의 부활절을 맞는다. 이 들의 삶에서 우리는 영원한 삶의 진리, 진정한 행복으로의 지름길이 아닌 바른길을 발견하고 고난 중에도 힘과 위로를 얻고 있는 것이다.
4-2-2010/이 아침에(미주중앙일보)
조옥동/시인
‘삼각형의 두변의 합은 다른 한 변보다 길다.’ 중학교 수학 선생님은 보리밭에 샛길이 생기는 예를 들어 설명했다. 보리밭이 푸르게 펼쳐진 시골길로 통근한 선생님은 사람들이 길을 따라 돌아가는 대신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고 보리밭을 가로질러 샛길로 가는 바람에 아까운 남의 보리이삭을 망쳐 놓았다는 얘기다. 길이 아닌 길은 가지 말고 바른 길로 가라는 말씀도 덧 붙이셨다.
사람들은 샛길 곧 지름길을 좋아한다. 지름길을 찾는 이유는 노력과 시간을 덜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살다보면 정도와 샛길 어느 것이 진짜인지 판단이 흐릴 때가 많다. 지름길을 좋아하다 많은 부작용을 겪기도 한다.
서울의 북한산 국립공원이 수백 개에 이르는 샛길로 신음하고 있다. 정규 탐방로가 74개인데 300개가 넘는 샛길이 북한산을 수백 조각의 파편으로 만들어 동식물 서식처가 파괴되고 흩어진 쓰레기로 경관이 훼손됨을 탄식하는 글을 읽었다. 이런 폐단이 어디 북한산뿐이며 산하만의 문제인가 싶다.
조국의 광복 후 전쟁을 겪고 국가와 사회가 모두 가난하고 각 분야의 제도가 미비했을 때 남보다 먼저 잘되겠다는 욕망이 자기만의 지름길을 만들려고 급행료를 주고받으며 서로 이익을 챙겼다. 한국경제가 급격한 성장을 통해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몰고 온 과도기엔 부패가 성행하였다. 우리는 성공과 행복으로 통하는 지름길은 바로 자신의 노력과 능력으로만 가능하다는 정도를 알면서도 주변의 유혹에 쉽게 빠진다.
여학교 졸업 무렵 한 친구가 만년필로 내 손바닥에 무얼 써 주었다. “학문에는 왕도가 없다.”는 글이었다. 이 말을 그저 열심히 노력하라는 말로 당시엔 심각하게 생각지 안했으나 세월이 지날수록 갈팡질팡 흔들릴 때마다 왕도를 씻어버린 내 손바닥을 본다. 왕도란 말 자체가 고루하게 들리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이 시대와 사회에 맞는 왕도가 틀림없이 어딘가 존재할 것이다. 학문에 왕도가 없다면 그 길은 무엇인가? 개인의 행복 과 사회, 국가의 번영을 이루는 왕도는 어떻게 찾을 것인가? 친구가 말한 왕도는 아직도 해답을 온전히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있다.
원래 왕도王道란 국가를 다스리는 정치 목적을 위한 공평무사한 덕치사상을 나타내는 말로 공자와 맹자를 거쳐 완성되었다. 한과 당 시대를 통해 유교정치사상으로 발전했고 한국에선 고려시대에 정치이념으로 확립되고 조선조 초기에 극도로 발전한 왕도사상은 삼강오륜의 윤리 도덕을 강조했다. 이제는 수세기 동안 성리학과 세계관의 변화로 왕도의 개념과 방법조차 시대의 물결을 타고 계속 변모되고 있다.
인류역사상 사후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분들이 있다. 평생을 끊임없이 삶의 의미를 찾아 제자를 가르치고 실천하여 본을 보여준 위대한 성인들과 이에는 못 미쳐도 학문과 예술, 삶의 현장에서 사람들을 깨우치고 변화시킨 위인들이 있다.
그들이 살아 간 공통점, 삶의 왕도는 겸손과 사랑의 실천이었다. 우리와 함께한 위인 중 작년엔 김수환 추기경을, 올해엔 법정스님을 떠나보냈다. 며칠 전엔 자신을 버림으로 조국을 사랑한 안중근 의사의 100주기를 맞았다. 이제 예수님의 부활절을 맞는다. 이 들의 삶에서 우리는 영원한 삶의 진리, 진정한 행복으로의 지름길이 아닌 바른길을 발견하고 고난 중에도 힘과 위로를 얻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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