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오리 바람 속에 사라진 사나이                                                                                  金秀映     사람이 태어나서 한 평생을 살다가 죽는 날이 반듯이 다가온다. 병 들어 죽던지, 사고를 당해 죽던지, 자살을 하던지, 타살로 죽던지 죽음에 이르는 길이 다양하다. 내가 나이가 들어가니 주위에 심심치 않게 죽어가는 사례를 많이 볼 수있다. 주로 병들어 죽어가는 확율이 많은 것 같다.     우리 교회에 새신자로 등록한 육십이 갓 넘은 중년 노인이 한 분 계신다. 예배가 끝난 후 점심 시간에 교제를 나누며 애찬을 나누는데 자기가 미국에 이민와서 고생한 넋두리를 털어 놓았다. 한국에서 태권도 사범을 했는데 미국에 이민을 온 후 마땅한 직업을 갖기가 나이 탓에 매우 어려웠다고 한다.     트럭 운전수 자격증을 따면 운전하기가 힘들어도 수입이 짭짤하다며 트럭 운전사인 친구가 적극 트럭운전을 권유를 했단다. 운전을 열심히 배워 장거리 운전을 하는데 수입은 좋아도 참으로 위험한 일이 많다며 그동안 고생한 얘기를 틀어 놓았다.     한 번은 알라스카를 갔는데 길이 얼음이 녹아 매우 질퍽해서 운전하기가 매우 힘들었다고 한다. 운전을 하고 가는데 갑자기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폭포수같이 비가 쏟아지는데 대낮인데도 전혀 앞을 볼 수가 없었단다. 조심스레 운전을 했건만 길을 벗어나 다른 엉뚱한 곳으로 달리다가 큰 트럭이 굴렀다고 한다. 구사일생으로 생명은 건졌지만 그당시 너무 놀란 충격으로 심장병을 얻었다고 한다. 조그마한 일에도 잘 놀라고 가슴이 뛴다고 한다. 더 이상 운전을 계속 할 수가 없어 그만 두었지만 나이가 어중간 해서 적당한 직업을 갖기가 힘들어 가족보기가 민망하기 짝이 없단다. 나이 때문에 국가에서 주는 연금도 못 받고 아무런 혜택을 못받아 생존하기가 무척이나 힘들다고 하소연을 했다.     그러면서 자기 친구 운전사 얘기를 털어 놓았다. 그 친구를 생각하면 목이 메어진다며 눈물을 걸성이었다. 오랫동안 트럭 운전을 해서 운전이 노련하고 돈도 많이 벌었다고 한다. 워낙 운전을 잘 하니까 본인도 자신 만만 했단다. 미대륙 횡단을 할 때가 비일비재라며 자기 자랑을 많이 했다고 한다. 아직 운전이 능숙하지 못한 자기를 늘 격려해주며 열심이 살아가다 보면 낙이 올테니 힘내라며 어깨가 축 쳐져있는 자기에게 늘 용기를 주었다고  회상을 했다.     하루는 이 친구가 동부로 대륙횡단을 하며 운전을 계속하고 있었다고 한다. 동부 쪽엔 예상외로 토네이도(회오리 바람)가 많이 불어 조심스레 운전을 하고 가는데 토네이도가 갑자기 불어와 피할 겨를도 없이 토네이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고 한다. 원체 큰 트럭이라 끄떡도 안할 줄 알았지만 그 큰 트럭이 회오리 바람속에서 뺑뺑 돌다가 지상에 떨어지는 바람에 트럭은 박살이 나고 친구는 즉사하고 말았다고 한다.     나는 이 얘기를 듣는 순간 정말 놀랐다. 영화에서나 볼 수있는 일이 실제로 현실에서 일어 날수 있구나 생각하니 아찔했다. 이것이야 말로 날벼락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사고를 당한 당사자는 얼마나 놀랐겠는가. 육지에서만 달리다가 트럭이 공중으로 날라갔을 때 기절을 했을까 아니면 운전대를 붙잡고 스릴이 있다고 생각을 했을까. 나는 호기심에서 그 분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다. 죽느냐 사는냐 기로에서 공포에 휩싸여 정신을 잃었을까. 아니면 트럭이 하늘을 날 수 있다고 좋아했을까.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지상에 떨어져 죽었을 까 하고 별의 별 생각을 다 해 보지만 그분의 입장이 되어 보지않고는 그당시의 상황을 도저히 알길이 없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나는 미국에 온지 32년이 되었지만 내 자동차로 대륙횡단 한번 못해 보았는데 아무리 직업이라고 해도 내집 드나들듯이 자주 대륙횡단을 한 그 분이 참 장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나는 로스엔젤레스에 다녀와도 스트레스를 받아 피곤하고 어깨가 뻐근한데 그 먼 거리를 운전을 하다니 참 용기가 대단한 분이라 생각했다.     관광을 하러 대륙횡단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자연을 벗삼아 여러 도시들을 돌아 다녔으니 많은 구경을 했으리라 생각이 든다.     천재지변으로 갑자기 죽는 사람들이 예상외로 많다는 것을 알았다. 고인은 세상을 떠났다 해도 남은 유가족들이 얼마나 충격 가운데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까. 특별히 생계 문제 때문에 아내나 자녀들이 고통 받을 것 생각하니 가슴이 메어왔다. 고인이 된 분도 미국에 이민와서 한 번 잘살아 보려고 장거리 운전도 마다하지 않고 트럭을 운전하면서 최선을 다 했는데…….     나는 얼마전에 본 영화 '퍼퍀트 스톰(Perfect Storm)이 생각났다. 어부들은 만선의 꿈을 안고 위험한 해역에서 고기잡이 하다가 엄청난 폭풍을 만나 살아남으려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사투에도 불구하고 아무 흔적도 없이 깡그리 바다 속에 빠져죽는 처참한 최후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은 자연 앞에 참으로 미약하고 보잘것 없는 존재란 것을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난 쓰나미나 일본의 쓰나미나 미국 뉴올린스에 덥친 허리케인이나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지진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 동부에 곳곳에서 일어나는 회오리바람은 많은 인명 피해를 내고 있다. 이 모든 자연재해가 옛날 보다 빈번히 일어난다는 것이 슬픈 현실이다. 아마도 지구 온난화로 기상이변이 지구촌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중년 노인은 이슬처럼 눈가에 눈물을 머금고 태권도 춤을 어메징 그레이스(Amazing Grace) 곡조에 맟추어 참으로 우아하게 잘 추어 주었다. 불의의 사고로 친구를 잃은 슬픔을 바디 워쉽(Body Worship)으로 달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보는이의 심금을 울려 주었다. 주님의 위로가 그의 얼굴에 잔잔하게 파문처럼 번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