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생수 길어줄 마중물/'이 아침에' 미주중앙일보
2011.10.13 15:24
2011년 10월 13일 ‘이 아침에’
내 안의 생수 길어줄 마중물
조옥동/시인
출석하는 교회에서 아프리카 말라위에 수십 개의 식수 펌프를 설치했다. 선교사역을 마치고 귀국한 두 분이 그곳 사람들의 가난과 열악한 생활 모습을 담아왔다. 새로 설치된 펌프가 맑은 지하수를 퍼 올릴 때마다 주민들은 춤을 추고 환호하며 기뻐했다. 그들의 평균 수명이 사십대 초반이란다. 100세를 바라보는 현대인 수명의 절반도 못 사는 주원인은 깨끗한 음료수를 얻지 못하고 살기 때문이었다.
전에는 처음 한 바가지의 물, 마중물이 펌프를 타고 들어가야만 지하수를 퍼 올렸다. 이제 펌프는 마중물이 필요 없이 펌프의 손잡이를 상하로 움직이면 어린 아이라도 언제나 지하수를 쉽게 퍼 올린다. 바라기는 그들의 영혼이 마중물로 부어준 사랑을 깨닫고 깨끗한 생수를 퍼 올릴 때마다 그곳 사람들의 영성과 생명이 살아나기를 바란다.
어렸을 때 고향에선 어머니와 함께 집에 오는 손님을 종종 마중나가곤 했다. 교통이 발달하지 못한 시대라 친척이라도 방문하려면 몇 십리 길을 걷거나 또는 시외버스를 타고 읍네 정류장에서 내려 타박타박 흙먼지 길을 한참 걸어야 했다. 힘들게 오는 손님을 대문간에서 맞는 것보다는 마을 초입까지 나아가 맞는 일이 정다웠다. 급한 안부를 먼저 물으며 서로 손을 잡고 집안으로 들어서면 어느새 고단함도 오래만의 만남이 주는 서먹함도 씻은 듯 사라졌다.
“시인은 마중물이어야 한다.”고 한 시인은 말했다. 마중물이 없이도 지하수를 쉽게 퍼 올리는 펌프를 개량한 현대는 시인도 문학도 할일을 잃은 것은 아닌지.
현대는 대중의 인기와 관심도를 수자로 기록하며, 문학이나 어느 예술보다도 드라마와 가요가 세상을 바꾸다시피 열광시키고 있다. 밤이나 낮이나 언, 오프라인 구별 없이 도시는 흥행의 파도를 타고 서핑을 즐기고 있는 아슬아슬한 광경이다. 많은 연예인들이 인기투표나 댓글의 빈도와 청취율에 목을 매달 듯 경쟁 하다가 만족치 않으면 스스로 목을 매는 일들이 속출하는 현상은 어찌할까.
생명을 깨우 듯 잠재한 자각과 참된 인식의 세계를 퍼 올릴 마중물이 필요하다. 마중물이 없어도 되는 시대가 아니고 더 깨끗한 마중물이 절대로 필요하다. 시인의 끝자리에 앉아 문학을 사랑한다는 책임감이 내 고개를 점차 숙이게 만든다.
때로 지난날을 들추어 보면 감탄과 행복의 문장으로만 써놓지 못하여, 회한과 아물지 못한 생채기의 아픔이 다시 눈을 뜨고 나를 마주본다. 매일 새로운 순간을 마지하며 새로운 환경과 마주치고 있다. 사람마다 등에는 시지프스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시원에서 나서 다시 시원으로 돌아가는 생명체는 그 삶이 어떤 모습이든 반복된 실패와 열정의 눈물에서 뼈가 추려지듯 역사를 세워가는 지혜의 샘물을 이룬다.
마중물이 필요 없다고 단번에 퍼 올려지는 생수는 없다. 깊은 곳에 맑고 시원한 물이 고여 있지 않으면 어떤 펌프라도 기능을 못한다. 혼탁한 물일지라도 수많은 지층을 통과하면 여과되어 맑은 물이 되어 고인다. 모두가 깨끗한 마중물을 만드는 사색의 계절이다. 깊고 깊은 속에 숨은 생수를 퍼 올려야 한다.
내 안의 생수 길어줄 마중물
조옥동/시인
출석하는 교회에서 아프리카 말라위에 수십 개의 식수 펌프를 설치했다. 선교사역을 마치고 귀국한 두 분이 그곳 사람들의 가난과 열악한 생활 모습을 담아왔다. 새로 설치된 펌프가 맑은 지하수를 퍼 올릴 때마다 주민들은 춤을 추고 환호하며 기뻐했다. 그들의 평균 수명이 사십대 초반이란다. 100세를 바라보는 현대인 수명의 절반도 못 사는 주원인은 깨끗한 음료수를 얻지 못하고 살기 때문이었다.
전에는 처음 한 바가지의 물, 마중물이 펌프를 타고 들어가야만 지하수를 퍼 올렸다. 이제 펌프는 마중물이 필요 없이 펌프의 손잡이를 상하로 움직이면 어린 아이라도 언제나 지하수를 쉽게 퍼 올린다. 바라기는 그들의 영혼이 마중물로 부어준 사랑을 깨닫고 깨끗한 생수를 퍼 올릴 때마다 그곳 사람들의 영성과 생명이 살아나기를 바란다.
어렸을 때 고향에선 어머니와 함께 집에 오는 손님을 종종 마중나가곤 했다. 교통이 발달하지 못한 시대라 친척이라도 방문하려면 몇 십리 길을 걷거나 또는 시외버스를 타고 읍네 정류장에서 내려 타박타박 흙먼지 길을 한참 걸어야 했다. 힘들게 오는 손님을 대문간에서 맞는 것보다는 마을 초입까지 나아가 맞는 일이 정다웠다. 급한 안부를 먼저 물으며 서로 손을 잡고 집안으로 들어서면 어느새 고단함도 오래만의 만남이 주는 서먹함도 씻은 듯 사라졌다.
“시인은 마중물이어야 한다.”고 한 시인은 말했다. 마중물이 없이도 지하수를 쉽게 퍼 올리는 펌프를 개량한 현대는 시인도 문학도 할일을 잃은 것은 아닌지.
현대는 대중의 인기와 관심도를 수자로 기록하며, 문학이나 어느 예술보다도 드라마와 가요가 세상을 바꾸다시피 열광시키고 있다. 밤이나 낮이나 언, 오프라인 구별 없이 도시는 흥행의 파도를 타고 서핑을 즐기고 있는 아슬아슬한 광경이다. 많은 연예인들이 인기투표나 댓글의 빈도와 청취율에 목을 매달 듯 경쟁 하다가 만족치 않으면 스스로 목을 매는 일들이 속출하는 현상은 어찌할까.
생명을 깨우 듯 잠재한 자각과 참된 인식의 세계를 퍼 올릴 마중물이 필요하다. 마중물이 없어도 되는 시대가 아니고 더 깨끗한 마중물이 절대로 필요하다. 시인의 끝자리에 앉아 문학을 사랑한다는 책임감이 내 고개를 점차 숙이게 만든다.
때로 지난날을 들추어 보면 감탄과 행복의 문장으로만 써놓지 못하여, 회한과 아물지 못한 생채기의 아픔이 다시 눈을 뜨고 나를 마주본다. 매일 새로운 순간을 마지하며 새로운 환경과 마주치고 있다. 사람마다 등에는 시지프스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시원에서 나서 다시 시원으로 돌아가는 생명체는 그 삶이 어떤 모습이든 반복된 실패와 열정의 눈물에서 뼈가 추려지듯 역사를 세워가는 지혜의 샘물을 이룬다.
마중물이 필요 없다고 단번에 퍼 올려지는 생수는 없다. 깊은 곳에 맑고 시원한 물이 고여 있지 않으면 어떤 펌프라도 기능을 못한다. 혼탁한 물일지라도 수많은 지층을 통과하면 여과되어 맑은 물이 되어 고인다. 모두가 깨끗한 마중물을 만드는 사색의 계절이다. 깊고 깊은 속에 숨은 생수를 퍼 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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