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밥솥 / 김영교

2011.10.19 04:32

김영교 조회 수:46

부부 밥솥 / 김영교


생쌀 알갱이 낱낱이 만나
밥솥에서 하나 된 연분
다가가며 밀어내며
뜨거운 열 견디며
서서히 나를 버리고
너에게로 가
안고 안기며
기다림에 내어준다

땀 맺히는 수고
썩은 이빨처럼 딱딱한 자아를 뽑아내는 결단
참음, 그 뜨거운 김 속에서
절정의 순간
뜸 들어야 탄생되는 관계
'우리'

자연스레 불어나는 식솔
바람이 턱없이 불 때에도
때고 지피고 타고 태우고
익고 설익어
속 타는 군불
너머

출타의 솥바닥 쭉 긁어내니
미운 밥은 간곳없고
고운 정 누렁지 한 보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