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오면

2004.12.24 11:58

오연희 조회 수:209 추천:8

그날이 오면/오연희 무심코 내다 본 창 밖 노란 잎 하나 내린다 마지막 인사처럼 마지막 눈물처럼 그 몸짓 사라진 자리에 아직은 아니라고 손 사래치며 울부짓는 얼굴 하나 보인다 시간이 숨을 죽이고 살아있는 것들이 일제히 눈을 감는다 여기까지 허락 된 인연이라고 다그쳐도 잠들지 못하는 긴 겨울 뿌리를 잘라 다시 싹을 틔운다 해도 네가 아닌바에는 수 많은 겨울이 지나 먼 그날이 오면 마른 가슴으로 그리워 할 그날이 오면 멈추었던 시간이 다시 호흡을 하고 나도 살아 있었다는 그날이 오면 결국엔 나도 떠나야 하는 그날이 오면 너를 잊을 수 있겠다는 눈물로 범벅된 얼굴 하나 보인다 2005년 "심상" 5월호 2006년 10월호 코리안저널(재미동포 시인 수작시초대석) 시작노트 우린 모두 누군가의 곁을 떠나 여기 이 자리에 서 있다 내 조국, 부모형제, 친구, 이웃… 지금도 여전히 눈빛 다정한 이들 하나 둘 떠나보내며 살아가고 있다. 그 중 유난히 빛나는 눈빛 몇몇은 무심코 내다 본 창 밖 노란 잎 하나 속에 다시 살아난다. 가을은 떠나보낸 이의 처절한 몸짓과 함께 떠난 이와의 순간들이 선연하게 살아나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