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갈자리

2005.03.08 03:31

김동찬 조회 수:175

은하수가 흘러가 닿는 남쪽 하늘에
멀리 보이던 전갈이
적도가 가까운 르완다에서는
덮칠 듯이 꼬리를 세우고 머리 위에 서성거린다.

천개의 언덕을 가진 나라.
산비탈마다 굽이치는
감자밭, 옥수수밭, 사탕수수밭
도무지 가난이 자리잡을 틈이 없어 보이지만
내전으로 백만이 죽고
빈곤과 질병이 횡횡한다.

키갈리의 학살기념관에는
반짝이는 별들을 눈에 담은
어린 천사들의 사진이 웃고 있다.
그들은 이제 엄마, 아빠 품에서 잠들었을까.
어느 하늘 아래에서 떠돌며 울고 있을까.

전갈아
전갈아

이제 치료하는 독을
은하수에 풀어 놓아
이 땅에 스며있는 원한도 녹이고
질병도 죽이고
풍요의 여신을 불러오너라.

그래서
카이로에서 희망봉까지 긴 잠을 잘 수 있다면
저 잠을 설치며 울어대는
Guest House의 수탉들에게
아침을 열게 하렴.

르완다여, 아 아 아프리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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