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3.28 05:24

장태숙 조회 수:14

    뱀
                

나는
너의 뇌 세포에 또아리 틀고 앉아
네 사유들을 씹어 먹으며 산다
  
내 언어는 붉은 포도주처럼 달콤하고
물결치듯 유연한 몸뚱이와 네 심장 뒤흔드는
선명한 피부무늬
집요하게 긴 혓바닥으로 휘감는 속삭임과
번뜩이는 내 노란 눈빛에 진저리치면서도
매혹의 칼날에 항복해 버린 순간들
얼마나 많은 날들을 너는 잘못 살았느냐

용서하지 말아야 할 것은 끝내 용서하지 말았어야 했다
귀를 닫아걸고
수 만개의 눈을 깨워 팽팽한 심지 곧추 세웠어야 했다

아직 혈관 속 독기 품고 은밀히 숨어있는
어느 순간 매운 가시처럼 일어서
날카로운 이빨로 네 심장을 찔러 댈
나를 기억하라
그 숨막히는 지옥의 시간들

거부해야한다
점점 희미해지는 너의 사유 위로 안개 같은 내 입김 다가서면
내 머리 솟아오르기 전에
위태롭게 치켜 오르기 전에
방출해야 한다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