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날마다 같은 섬을 그린다
2005.10.14 07:59
등대는 보이지 않고 변압기에 흐르는 고압선 소리가 월미도를 찾는 뱃길을 열고 방파제 주위를 맴돈다 다가온 소리가 카페 유리창을 두드리며 파르르 떨다 이내 사라지면 등 푸른 바다의 잔 속에 갇혀 동심원을 그리던 언어는 생선의 비늘 같은 선착장 돌담에 미끄러지고 떨리던 심장을 거쳐 침묵으로 가라앉는다 시계가 두 팔로 기지개를 켜는 나른한 기억의 저편, 무거워 낮아지는 시간들이 빛 바랜 맹세를 기억하듯 섬을 바라볼 때 널브러진 마음만 속옷 보이듯 긴 혀로 숨겨진 언어들을 입안에 굴리며 섬에 돌탑 쌓듯 미련한 돌을 집어 올린다 수평선 넘어 육지의 어느 마을에 깊고 아늑한 만남이 있을지 지금은 어둠 속에 끼룩거리는 갈매기 울음이 목에 걸린 섬을 토하고 있다 물 위에 오른 한치의 손처럼 내민 그리움이 섬을 기어오를 때 창백한 바람으로 말린 오후가 옷을 갈아입고 내게 가까이 다가온다 바다는 창가의 불빛 그림자를 조각하고 어둠 속에서 파도 같은 하얀 눈을 길게 깜빡이고 있다 월미도를 떠나오던 날, 썰물과 밀물은 육지와 섬에 닿는 갯벌에서 잠시 떨어진 무색의 시간이 지나 바다가 된 오랜 만남을 알지 못한다 헤어짐은 그리움의 끝에 서성이는 그림자로 남아 바다가 그린 일렁이는 그 사람 얼굴이 선명하지 않다 선착장 돌담에 숨겨 논 기억의 이끼만 얼굴을 내밀어 파도의 습기를 마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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