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게 방향을 묻다

                                       조옥동

바람 길 따라 계절을 옮겨가는 철새를 만나면
서편 하늘 엷은 입술 하나
말 한마디 칼날 같이 던지고 사라진 향방을
묻고 싶다
순간의 유혹에 솔깃하여 옆길로 휘어 나와
거꾸로 가보고 싶었던 날  
진실로 내 길의 동서남북을

애초의 방향을 잊은 홀씨 한 알
어린 꿈이 놓지 못한
뭍 별 그 빛 화살 끝이
가슴을 향하여 꽂히는 날
방황을 변호해 줄 뜨거운 피 그저 돌고 있는 가
붉은 신호등을 켜는
가을 앞에서
달려 온 발걸음 멈춰 잠시 고개를 숙인다

천지에 갈 곳은 무한했어도 이제
날개의 뼈마디 신음소리 받쳐줄 어느 창가에서
눈을 감고 안식하고 싶은 날
우우우 소리치는 앰뷸런스 이명을 앓는
고통스런 바람은 앞서 길을 트고
가랑잎 몰아 간 허공 빨갛게
하늘이 밀려가는 슬픈 시간 속으로
사라지는 젊은 날의 우상들 뒤 돌아와
두런두런 저들 방향을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