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모와 분자
2007.05.14 12:41
분모와 분자 “중앙일보” 2001
오프라 윈프리 쇼가 밤 12시 반부터 재방영이 된다. 나는 이 시간에 깨어만 있으면 꼭 이 토크쇼를 본다. 주로 여성문제를 중점으로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문제들을 걸어놓고 상담과 토론을 하고 있다.
십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이 쇼의 진행자는 여자이고 흑인이지만, CBS와 NBC의 유명한 토크쇼의 사회자들을 무색케 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얼마 전에는 오스카 주연상을 탄 남자배우 톰 크루즈와 이혼한, 여배우 니콜 키드만이 초대되어 나왔다. 이 배우가 아주 아름다운 배우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그 날은 더욱 예뻐 보였다. 자식(입양) 둘을 가운데 두고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이혼 싸움은 그 미와는 전연 상관없이 서로 상처를 주어가며 진행되고 있었다. 저 엄청난 미모로도 행복을 갖일 수 없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었다.
그러면 행복은 어떻게 얻어질까. 미모로도, 돈으로도, 또 명예로도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으로 얻을 수 있을까.
나는 오래 전에 TV에서 비춰준 장면을 떠올렸다. 어떤 따듯한 봄날의 한 장면이었다. 맥아더 파크에서 하늘에 얼굴을 들고 조용히 않아있는 청년에게 카메라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었다. 그 곳을 취재하러 나간 현장이었다. 취재기자가 청년에게 말을 걸었다. 다신은 이렇게 젊은데 왜 일도 안하고 이런 곳에서 빈둥거리고 있는가고 물었다. 그 청년이 대했다. “이렇게 태양을 쬐고 앉아 있으면 내게 더 이상의 행복은 없다”고. 그래 끼니는 어떻게 하는가고 또 물으니 자선단체에서 한 끼니씩 얻어먹고 있다고 했다. 기자는 다시 “네가 일해서 돈을 벌면 더 좋은 음식과 좋은데서 잘 수 있을 텐데...”하고 말을 건네니, 그의 대답이었다. “나는 돈이 필요 없다. 이 순간 이렇게 행복할 수 있으면 되지 않겠는가.” 하고 오히려 그에게 반문하고 있었다.
청년은 남을 부러워하고 시기하는 일도 없이 자기 나름대로의 행복을 찾았다. 행복을 어떤 값으로도 살 수 없다는 것을 이 청년이 보여주었다. 태양만 쬐고 있어도 행복한 이런 상태를 이해하는 사람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행복의 척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여건 속에서 최소한으로 얻는 행복을 감사해 하는 이 상태의 사람을 나는 다시 없이 부러워한다.
분모가 욕심이고 분자가 행복이라면 나는 정녕 분모를 적게 가진 사람이 되고 싶었다. 욕심과 선망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사는 것이 내 생활의 목표였다면 나를 비웃을 것이다. 능력이 없는 사람이기에 더욱 그렇게 살려고 했을 런지 모른다. 닿지 못할 것을 선망한다는 것은 괴로운 일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선망하였다가 미치지 못하는 것도 슬픈 일이지만, 선망도 안하고 포기하는 것도 슬픈 일이다. 그러나 나는 후자를 택한 것을 지금까지 후회하지 않고 있다.
오프라 윈프리는 사회를 진행하는 동안, 줄 곳 이 여배우의 능력을 치켜 올렸다. 사 년을 거쳐 만든 새 영화 ‘물랭루즈’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그 규모가 크고 연기도 훌륭했다는 것이다. 남을 뼈 없이 칭찬하는 미덕을 가진 여자이기도 했다. 미모의 배우는 연상 미소로 답하고 있었다.
이 두 여자의 대좌에서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 미녀와 호박꽃의 차이를 전연 느끼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오프라는 미녀 키드맨에 조금도 뒤지지 않았고, 내적인 미로 외적인 미를 압도하고 있었다.
자기에게 없는 남의 것을 넘본다는 것은 곧 자기를 괴롭히고 불행하게 하는 길 밖에 더 되겠는가. 이 여자는 자기의 능력과 특성을 살려 나름의 긍지를 갖고, 훌륭히 자기를 보존하고 있었다.
분모와 분자! 분모가 클수록 분자가 작아지는 이치는 욕심이 클수록 행복이 적어지는 이치와 같다고들 하고 있다. 가운데에 금 하나를 긋고 아래 위에 놓인 빈칸에 우리 마음의 숫자를 넣으면, 그 재미있는 숫자는 행복의 척도를 말해 준다는 말이다. 산수로 풀어보는 내 행복의 정리로 보면, 행복은 자기만이 행사 할 수 있는 특권인가보다.
오프라 윈프리 쇼가 밤 12시 반부터 재방영이 된다. 나는 이 시간에 깨어만 있으면 꼭 이 토크쇼를 본다. 주로 여성문제를 중점으로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문제들을 걸어놓고 상담과 토론을 하고 있다.
십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이 쇼의 진행자는 여자이고 흑인이지만, CBS와 NBC의 유명한 토크쇼의 사회자들을 무색케 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얼마 전에는 오스카 주연상을 탄 남자배우 톰 크루즈와 이혼한, 여배우 니콜 키드만이 초대되어 나왔다. 이 배우가 아주 아름다운 배우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그 날은 더욱 예뻐 보였다. 자식(입양) 둘을 가운데 두고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이혼 싸움은 그 미와는 전연 상관없이 서로 상처를 주어가며 진행되고 있었다. 저 엄청난 미모로도 행복을 갖일 수 없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었다.
그러면 행복은 어떻게 얻어질까. 미모로도, 돈으로도, 또 명예로도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으로 얻을 수 있을까.
나는 오래 전에 TV에서 비춰준 장면을 떠올렸다. 어떤 따듯한 봄날의 한 장면이었다. 맥아더 파크에서 하늘에 얼굴을 들고 조용히 않아있는 청년에게 카메라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었다. 그 곳을 취재하러 나간 현장이었다. 취재기자가 청년에게 말을 걸었다. 다신은 이렇게 젊은데 왜 일도 안하고 이런 곳에서 빈둥거리고 있는가고 물었다. 그 청년이 대했다. “이렇게 태양을 쬐고 앉아 있으면 내게 더 이상의 행복은 없다”고. 그래 끼니는 어떻게 하는가고 또 물으니 자선단체에서 한 끼니씩 얻어먹고 있다고 했다. 기자는 다시 “네가 일해서 돈을 벌면 더 좋은 음식과 좋은데서 잘 수 있을 텐데...”하고 말을 건네니, 그의 대답이었다. “나는 돈이 필요 없다. 이 순간 이렇게 행복할 수 있으면 되지 않겠는가.” 하고 오히려 그에게 반문하고 있었다.
청년은 남을 부러워하고 시기하는 일도 없이 자기 나름대로의 행복을 찾았다. 행복을 어떤 값으로도 살 수 없다는 것을 이 청년이 보여주었다. 태양만 쬐고 있어도 행복한 이런 상태를 이해하는 사람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행복의 척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여건 속에서 최소한으로 얻는 행복을 감사해 하는 이 상태의 사람을 나는 다시 없이 부러워한다.
분모가 욕심이고 분자가 행복이라면 나는 정녕 분모를 적게 가진 사람이 되고 싶었다. 욕심과 선망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사는 것이 내 생활의 목표였다면 나를 비웃을 것이다. 능력이 없는 사람이기에 더욱 그렇게 살려고 했을 런지 모른다. 닿지 못할 것을 선망한다는 것은 괴로운 일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선망하였다가 미치지 못하는 것도 슬픈 일이지만, 선망도 안하고 포기하는 것도 슬픈 일이다. 그러나 나는 후자를 택한 것을 지금까지 후회하지 않고 있다.
오프라 윈프리는 사회를 진행하는 동안, 줄 곳 이 여배우의 능력을 치켜 올렸다. 사 년을 거쳐 만든 새 영화 ‘물랭루즈’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그 규모가 크고 연기도 훌륭했다는 것이다. 남을 뼈 없이 칭찬하는 미덕을 가진 여자이기도 했다. 미모의 배우는 연상 미소로 답하고 있었다.
이 두 여자의 대좌에서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 미녀와 호박꽃의 차이를 전연 느끼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오프라는 미녀 키드맨에 조금도 뒤지지 않았고, 내적인 미로 외적인 미를 압도하고 있었다.
자기에게 없는 남의 것을 넘본다는 것은 곧 자기를 괴롭히고 불행하게 하는 길 밖에 더 되겠는가. 이 여자는 자기의 능력과 특성을 살려 나름의 긍지를 갖고, 훌륭히 자기를 보존하고 있었다.
분모와 분자! 분모가 클수록 분자가 작아지는 이치는 욕심이 클수록 행복이 적어지는 이치와 같다고들 하고 있다. 가운데에 금 하나를 긋고 아래 위에 놓인 빈칸에 우리 마음의 숫자를 넣으면, 그 재미있는 숫자는 행복의 척도를 말해 준다는 말이다. 산수로 풀어보는 내 행복의 정리로 보면, 행복은 자기만이 행사 할 수 있는 특권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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