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누명

2010.05.24 04:13

김수영 조회 수:59

도둑 누명                                           金秀映     사람이 평생 살면서 누명을 쓰지 않고 산다면 복된 삶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살다가 보면 크고  작은 누명에 휘말릴 때가 종종 있다. 누명 중에는 살인누명이 제일 억울하고 엄청난 대가를 지불할 때가 있다. 그 다음이 도둑 누명, 스켄달 누명 거짓말 누명 등 많이  있다.     1960년대에 인기 절정의 미국 TV 드라마 '도망자'(The Fugitive)가 시리즈로 연속 방송 중이었는 데 나는 열열한 시청자 중의 한 사람이었다. 손에 땀을 쥐게 하고 긴박감으로 가슴을 조마조마 졸여가면서 시청했던 정말 흥미진진한 드라마였다.     로이 허긴스(Roy Huggins)의 원작을 드라마로 각색하여 만든 작품인데 그 내용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시카고의 저명한 외과의사 리처드 킴블은 아름다운 아내 헬렌과 시카고 근교의 고급 주택가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불행이 갑자기 이 가정에 덮친다. 남편인 킴블은 응급수술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던 길에 괴한의 습격으로 사투를 벌리지만, 괴한은 달아나고 아내 헬렌은 킴블의 품에서 숨진다.     킴블은 의수를 단 외팔이 사내가 범인이라고 주장하지만 모든 정황이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 결국 살인범의 누명을 쓰고 사형선고를 받기에 이른다.  그런데 교도소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몇몇 죄수가 탈출을 시도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버스는 전복되고 마침 지나가던 열차와 충돌한다. 아비규환의 와중에서 킴블은 구사일생으로 탈출에 성공 동료 죄수의 도움으로 수갑을 풀고 혼자 산속으로 도망친다.     한편 킴블의 탈출소식이 알려지자 연방경찰 샘 제라드가 이 사건에 개입한다. 그때부터 킴블과 제라드 사이에는 쫓고 쫓기는 숨 가쁜 추격전이 펼쳐진다. 신분을 숨긴 채 경찰의 추적을 피해 진범인 외팔이 사내를 찾아 헤매는 킴블, 그러나 제라드의 집요한 추적은 차근차근 킴불의 목덜미를 조여 오는데……     드라마의 결과는 주인공이 결국 살인누명을 벗지만, 그동안 겪었던 파란만장의 삶이 가슴을 너무 쓰리게 해서 나에겐 잊을 수 없는 드라마로 내 마음에 남아있다.     누명이 이처럼 우리 삶에 비극을 가져와 한 사람을 파멸로 이끌어 갈 수가 있다. 설사 누명을 벗는다 해도 그 누명으로 말미암아 받은 상처와 물심양면의 손해 시간낭비 등등 일일이 열거할 수가 없다.     또 다른 영화 ‘빠삐용’도 주인공 빠삐용이 살인누명을 뒤집어쓰고 평생 감옥을 전전하다가 세 번째 감옥이 있는 남미의 악마의 섬 - 도저히 탈출할수 없는  파도가 높고 물살이 샌 사방이 절벽으로 둘러싸인 절해의 고도의 감옥에 갇혀 있지만 야자부대를 바다에 던져 탈출에 성공, 백발이 성성한 그는 자유를 만끽하면서 파도에 몸을 맡긴다. 누명을 벗기 위해 일생을 소비한것 보다 시간을 낭비한 것에 대한 회의가 그로 하여금 탈출하게 만든다.     해마다 1월달이 되면 도둑누명을 쓰고 하마터면 감옥살이를 할 뻔 했던 한 남자분이 생각이 나고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면서 살고 있는지 안부가 몹시 궁금하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에 일어났던 일이다. 오렌지 카운티 가든그로브에 동양슈퍼 마켓을 중국화 교가 개업을 해서 운영하고 있었다. 아리랑 마켓도 없을 때 였다. 나는 이 마켓에 식료품을 늘 사러가는 단골손님중 한 사람이었다. 정육점에 들러 소고기를 사곤 했는데 정육점에서 일하고 있던 중년의 한국 아저씨가 참 친절하게 잘해 주었고 만날 때 마다 이민생활의 고달픔을 하소연했다. 우리는 대화를 통해 친해지게 되었다. 처자식을 모두 한국에다 두고 홀로 미국에 와서 홀로서기를 배우며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처자식이 보고 싶을 땐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고 넋두리를 할 때는 눈물을 글썽이었다.     어느 날 하루 나는 저녁 늦게 시장을 보려고 이곳에 들러서 이것저것 많이 사 가지고 한참 후에 집에 돌아왔다. 아, 이게 어찌된 일인가! 보따리를 하나하나 풀고 있는데 보따리 하나에서 현찰 뭉치가 쏟아져 나오고 책크도섞여 있었다. 어림잡아 수천 달라는 돼 보였다. 나는 직감적으로 슈퍼마켓의 하루의 매상 전부였다고 생각했다. 보따리를 들고 마켓에 찾아갔을 때는 이미 문을 닫은 뒤였다.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가 찾아가서 주인을 만나고 자초지종 일어났던 얘기를 설명했더니 주인이 깜짝 놀라면서 감사하다고 고개 숙여 연거푸 인사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하마터면 정육점 아저씨가 감옥에 갈 뻔 했다며 누명을 벗게 해 주어서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가게 안에 돈을 훔쳐 갈 사람이 아무도 없고 그 정육점 아저씨 외에는 의심할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아저씨를 경찰에 신고해서 조사를 받던 중이라고 했다.     아저씨는 도둑누명을 벗게 되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며 눈물을 글썽이었다. 주인은 하루의 매상을 몽땅 잊어버려서 화가 머리끝까지 뻗쳐 있었고 이 아저씨를 의심해서 돈 내어 놓으라고 다그쳤을 때 이 아저씨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했다.  이 아저씨는 자기의 도둑누명을 벗게 해 주어서 잊을 수 없는 은인이라면서 수년 동안 서로 연락하면서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그러다가 한국에 두고 온 처자식이 그리워 한국에 들어가게 되었고 한국에서 가족과 재회한 이 아저씨는 한국에서 잘 살다가 수년전 미국에 다니러 왔다면서 연락이 와서 만났는데 두고두고 은혜를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돈을 슬쩍 우리가 가로챘으면 영락없이 자기가 도둑누명을 뒤집어 쓰고 옥살이를 할뻔 했는데, 생각만 해고 아찔 하다면서 연거퍼 감사를 표시했다.     어떻게 돈 보따리가 묻어 올수가 있었는가 물어보았더니 하루의 매상을 다 정리해서 돈 보따리를 싸서 다음날 아침 은행에 입금을 할려고 들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와서 전화받느라 잠깐 바닥에다 내려놓고 잊어버리고 치우지 않았는데 캐시 어가 장 보따리인 줄 알고 우리 보따리 속에 함께 집어넣어 주었다고 했다.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백번 그 돈을 돌려주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면서 정직한 양심은 선량한 한 시민을 구했다는 자부심에 가슴이 뿌듯해 온다. 하마터면 옥살이라도 했으면 가족과 생이별을 하고 가정이 파탄이 날 뻔도 했는데…,한국에 귀국해서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아저씨의 얼굴을 떠 올리며, 나도 함께 행복 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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