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에서
홍인숙(Grace)
이제 곧 나는
눈을 감을 것입니다.
천장의 차가운 형광등이
파도처럼 출렁이면
난 곧 깊은 잠으로
빠져들 것입니다
그것은 생각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입니다
내가 잠시 다른 숲으로
기억 못할 산책을 떠나면
낯선 얼굴들은 순식간에
내 몸 속에 감춰진
비밀을 찾아낼 것입니다
용서하지 못하고 살아온 날들
속내를 감추고 살아온 실체들
그들은 한치의 주저함 없이
나를 들어내어 눈부신
하늘아래 둘 것입니다
꼭꼭 숨긴
그리움 하나만은
들키고 싶지 않아
더 늦기 전에
깨어나야 한다는 것조차
두려움으로 다가옵니다
어차피 산다는 것은
가슴 가득 부끄러움을
안고 사는 것
하얀 수술실에도
달이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