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요술쟁이처럼
홍인숙(Grace)
그대라면 나 살아온 날을
소중히 바라봐 줄 것 같아요
마음 한번 열지 못하고
표정 한번 짓지 못하고
달빛에게만 파도에게만
남 모르게 흘려보냈던
그 세월을 알아 줄 것 같아요
그대라면 아는 이 없이 흘려보낸
내 영혼을 찾아줄 것 같아요
달빛에 흐르다 파도에 밀리다
외딴 섬에 갇혀버린
긴긴날 내 초상(肖像)의 조각들을 찾아내
눈물이 촉촉했던 자리마다
말간 꽃을 피워줄 것 같아요
그대라면 내 남은 길 비추는
환한 등불이 되어줄 것 같아요
달빛 자락에 파도 물결에
소중히 묻어둔 그리움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설레는 발자국에
행복이 되어줄 것 같아요
기쁨이 되어줄 것 같아요
그대 요술쟁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