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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밀꽃 필 무렵

2005.09.25 12:43

나암정 조회 수:123 추천:9

[허브 나라에 머물면서 한 봉평나드리와 곤드레 비빕밥이 그리움을 부릅니다.]
자료 출처 : cafe.daum.net/ omskyroom

태초에 신(神)은 천지를 창조 하셨고,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들과 그것들을 지배할 인간을 창조하셨으니,
인간은 神으로부터 감정을 부여받아,
때로는 격렬하게 몸부림 칠줄아는 재주를 익혀왔다.

슬퍼할줄알고 ....
기뻐할줄알고........
찬탄할줄아는........

이러한 感情의 이입의 절대자로서,
모든 피조물의 으뜸이 되어온 人間의 복받음이야
어찌 자연에 비길수 있다하랴.

그러나 간교하고 추악스럽고 거추장 스러운
상대성 원리를 갖고 있는 것이 또한 人間이라 할떄,
마땅히 그피조물에 대한 創造의 論理에 머리조아려
두손 합장 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神의 무한량한 創造의 섭리와 人間의 감정덩어리가 한데 어울려
마치 創造이전의 카오스적인 이율배반성을 띠고서
찿아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있어야 할곳에 自然이 있고,
人間이 있음은 어쩔 수 없는 생존의 원리다.

그러나 온갖 오욕스러운 感情 덩어리로서의 人間이 存在하는곳에,
自然은 무참히 능욕당하고 참살당하고 말아,
마침내 自然의 위대한 당위성에 더럽혀 버림은
무었으로 항변해야 할 것인가.

 [ 횡성과평창의 경계인 봉평터널 ]

 

버스는 원창고개를 지나 홍천횡성을 거쳐,
전장 3,300미터의 봉평터널에 다다랐다
이터널을 지나면 평창군이라 하니 횡성과 평창의 郡界를 이루는
천연의 경계를 인공으로 꿰뚫어 버렸다.

문득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장편소설 설국{雪國} 의 첫머리가
머리를 스친다.
굴의 긴 터널을 지나자 바로 눈고장(雪國)이었다.

이렇게 시작되는 그의 명작 서두를 바로 봉평터널에 비유한다는것이
조금은 이색스러울지는 몰라도 하여튼 그 명문에 꼭맞는 곳이
바로 봉평터널이라고 가정해놓고 볼 때,

[ 봉평터널을 지나자 바로 평창군이었다 ] 라는
  대치귀가 직감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연상 작용이라 해도 좋다.

옛부터 길은 문명의 척도요 부강의 첩경이라 했다.
陸路, 水路, 空路를 다듬고 가꾸어 나가는민족은
반드시 번성했고,그렇지 못하고 뒤안길에 파묻힌채로 길을 닦지 않는 민족은
쇠퇴하고 말았다는 역사의 교훈을 우리는 너무도 잘알고 있었기에,

 

산야가 아름다운 우리 강원도를 가로세로 그물망처럼 길을 터놓았다는 것이야말로
우리민족의밝은내일이 기약되고 있다는 증표라고 해두어도 좋을 것이다.

 

원주에서 강릉쪽으로 종단하는 영동고속도로와
속초에서 강릉쪽으로 횡단하는 동해 고속도로가 강릉에서 합일하여,
동해안을 북동쪽으로 시원하게 질주할수 있는 이길의 만남이야말로,
당대의 유산이요, 후손에게 물려줄 값진 재산이라 아니 할수 없을 것이다.

이영동 고속도로를 따라 둔내를지나 江陵쪽으로 달리다보면
오른쪽으로 평창군 봉평면에 닿게된다.
봉평........
아는자는 기억이 나는 곳이리라.

아니 굳이 아는자라고 못박아 둘필요는 없다.
장년이나,중년이나,젊은이나 ,
학생을 막론하고 누가 [ 메밀꽃필무렵] 이란 단편소설 한번
안 읽어본 사람이 있으랴.

장돌뱅이로 평생을 나귀등에 의지하여 이곳저곳으로 떠돌아다니던
허생원과 성씨댁 규슈와의 기이한 하룻밤 사랑이 이루워 지던곳.
바로 이작품의 배경이자 작자 李孝石의 고향인 봉평마을은
영동 고속도로를 끼고 있으면서 교통편이 그리좋은 것은 못되었다.

강원도가 한국 신문학발전을위해 기여한 공로가 있다면,
그것은 유정과 효석을 배출해낸 요람이었다는 것이요.
그 작품들의 현장들이 아직까지 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이곳 봉평에서 느끼는 효석문학의 채취는 실로 감동적인 것이었다.
허생원이 실제 살았다는 조그마한 오막살이 집이며,
지금은 미장원으로 변해 버린 충주집.....
작품 첫머리에 나오는 그 봉평거리들이 아직도 형태만 달리한채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 뿐인가 ?
물레방아간 터에는 물레방아만 없어졌다뿐이지 완연히 그유적이 남아있는 것을 볼때
문득 허생원이 조선달과 동이에게 지껄이던 바로 그애기가 생각난다.

........
........................
.........  ......... ..................

 

조선달 편을 바라보았으나
물론 미안해서가 아니라 달빛에 감동 해서였다.

이지러는 젔으나 보름을 갓지난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뭇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팔십리 밤길... ....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를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길은 지금 산허리에 걸려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속에서
짐승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길이 좁은 까닭에 세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섰다.
방울소리가 딸랑딸랑 메밀밭께로흘러간다.

앞장선 허생원의 이야기 소리는 꽁무늬에선 동이에게는
確的(확적)히는 안들렸으나,
그는 그대로 서운한 제에ㅇ맛 적적하지는 않았다.

 [ 소설속의 충주집 ]

 

[ 장선 꼭 이런날밤이었네.
  객주집 토방이란 무더워서 잠이들어야지.
  밤중이 돼서 혼자 일어나 개울가에 목욕하러 나아갔지!
  봉평은 지금이나 그재나 마찬 가지지....

  보이는 곳마다 메밀밭이어서 개울가가 어디없이 꽃이야.
  돌밭에 벗어도 좋을 것을 달이 너무 밝은 까닭에
  옷을 벗으러 물방아간으로 들어가지 않았나,이상한 일도 많지!

  거기서 난데없는 성서방네 처녀와 마주쳤단 말이네.
  봉평서야 제일가는 일색이었지.....
  팔자에 있었나 부지...........

=

 

그렇게해서 맺은 인연 때문에 허생원은
평생을 봉평을 떠나지 못했고,
결국 같은 장돌뱅이로 성장한 [동이]를 얻을 수 있음을 안것은
이작품의 말미에 극적으로 전개되어 나타난다.

 [ 한밤중의 메밀밭 ]

 

하기야 그날밤 물레방앗간 속에서는
무었이 그들을 그토록 취하게 하였을까?
허생원이 회상하는 대로

 

[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는 고요한밤....
  방앗간 앞을 흐르는 개울물 소리..........
  철썩거리는 물레방아의 물떨어지는 소리.......
  사위를 푸르게 물들이는 달의 정기......... ]

 

이러한 밤에 하소연 할곳없는 걱정을 안고 방앗간에 숨어들었을 처녀는
의지가지 없는 심정에 누구의 체온이라도 그리웠을지도 모른다.
울고 있을 때의 처녀같이 마음을 끄는 것이 있을까 라는 말은
그녀의 그러한 마음이 뿜어내는 자력에 이끌린 상대적인 반응이 아니었을까?

 

 

아니 이런 설명은 부질없다.
몸이란 때로 제몸의 주인이 이성을 무시하고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제마음대로 움직일 때가 있는 것이다.
그 무섭고 기막힌밤은 그렇게해서 빚어졌는지도 모른다.

 

사랑조차 자기애의 한 변형으로 굳어져가고 있는 요즘 세상에서는
그런 이끌림이 오히려 순수해 보이기 까지한다.
세월이 흐르고 쓸쓸히 시들어가는 한인간의 삶의 종장에 그사건이 예비해준
흐뭇한 결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날밤의 알수 없는 애욕은 그후 허생원에게 있어서는,
장돌뱅이 인생길의 유일한 추억이요 한줄기 보람이기까지 했었다.
구름발이 빨라졌다.
달은 나는 듯이 구름사이로 건너간다.

 

봉평 장터에서 효석의 생가터로 메밀밭과 물레방앗간으로,
소설속의 무대를 주유하는동안 몇時間이  그렇게 흘럿다..
현실과 소설속의 사건이 엇갈리는 사차원의 공간에서라도 잠시 다녀온듯,
정신이 어질하다.

 

초가가을의 산이 한껍 두텁다.
짙푸른 밤하늘속에 그것은 멀찌감치 짐승처럼 웅크리고 있다.
이런밤,
달빛 한자락 깔고서 물소리를 베개삼아 두남녀가 한순간 정을 통하였다해도
탓할자는 인간들 외에는 아무도 없을 것같다.

  

길섶에는 달맞이꽃이 활짝 피었다.
나방을 유혹하는 진한 향기에 내가먼저 취하는 것 같다.
다시 돌배나무 그늘아래 가산의 흉상이 호젓한 공원을 지나니
저자거리의소음은 사라지고 개울물 흐르는 소리가 선명하다.
개울에 가로놓인 섭다리 위에서서 대화면 쪽을향하여 아래를 굽어본다.

 [ 봉평의 젖줄 허생원이 건넛던  흥전천 ]

허생원이 동이의 야기를 듣다가 실족한곳이..........
물에젖은 개보다도 참혹한 꼴이었을 망정 ,
동이의 탐탁한 등어리가 뼈에사무쳐 따듯하다 하였는데.........
바로 그극적인 장면이 벌어지는 냇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흐르고 있었다.

그냇물을건너 대화장터로가는 산비탈길도 여전히 남아있었으나
동서로 활개를편 도로에의해 허리가 잘려진채로 오솔길이 문득 끊어지고 말아
어쩐지 씁쓸한 우울함같은 것이 끈끈하게 엄습해 오고 있었다.

 [ 孝石 文學官 ]

한국 현대단편문학의 최고 受作이라 일컷는 메밀꽃 필무렵의 마지막 현장은,
조국 현대화라는 대명제 앞에서 맥을 못추고 능멸당해 버렸음을 볼 때,
가눌길 없는 한가닥 회한의 심사는 이곳을 지나는 뜻 있는 후학들의 마음마음 마다에
한결같이 치밀어 오르는 아쉬움이 되어 살아 남으리라.
그 동강난 오솔길곁에

마치 수호신처럼 영겁의 세월을 누워있는 효석 선생의 죽음은 비록 한뼘 흙더미속에 묻혀 있다하지만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날을 조바심하며, 이나라 문학의 앞길을 위해 형형한 눈빛을 발할 것인가.

삼가 말없는 주검앞에 묵도를 올리는 어느 후학의 심중이야 알길 있으랴만 , 그래도 그의 육신과 文學이 나고자란 이곳 봉평땅에 서서 잠시 추모의 정을 가다듬는 경건함이야 어찌 위선일 수 있고, 허식이 있다 하랴! 봉평땅을 한눈에 굽어보며, 선생의 유택이나마 뜻있는 후진들의 애정과 정성으로, 항상 외롭지 않기를 염원하면서 , 허생원이 나귀등을 타고 넘나들었던 산비탈 길을 걸어내려왔다.   

명작 이라는 것은  이토록 생생하게  사람에 마음을  끌어당기나 하는
상념에  젖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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