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샘 제 7 장

2003.05.23 02:09

전상미 조회 수:1464 추천:135

"회장님 손님이 오셨는데요"
"들어오시라고 해요"
여비서가 열어주는 문으로 베이지 색 투피스 정장을 한 청월이 들어왔다. 찻집에서 볼 때 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청월이 환하게 웃었다. 강진우는 청월을 소파에 앉으라고 하면서 자신도 맞은편에 앉았다. 청월은 사무실 안을 고개를 돌려가면서 바라본다. 회장님 방 답게 중후하고 품위있게 잘 꾸며놓았구나 하고 느낀다.
"청월이가 온다고 해서 놀랬지요"
"그냥 한번 와 보고 싶었어요. 회장님 회사는 어떤가 하고 궁굼했어요. 상상한대로 아주 근사해요"
"커피 들겠어요? 홍차도 있는데. . ."
"감사합니다. 지금 점심시간이 다 되었으니까 제가 강회장님을 아주 근사한 곳으로 안내할게요"

청월이 강진우를 안내한 곳은 청담동의 한 가정집이었다. 잘 꾸며진 정원을 지나 현관으로 들어서니 20대의 젊은여자가 그들을 방으로 안내했다. 커다란 유리문을 통해 정원이 다 내다 보였다. 젊은여자가 강진우의 상의를 받아 구석에 있는 옷걸이에 걸었다. 방 가운데 교자상이 하얀 식탁보로 덮여있고 빨간 장미 두 송이가 상 가운데 아주 앙증맞은 꽃병에 꽃혀있다.
커다랗고 푹신한 방석에 그들은 마주 앉았다.
"가정집처럼 보이죠? 사실은 한정식 집에요. 오픈한지 한달쯤 밖에 안되요. 음식맛 아주 끝내줘요"
20대의 여자가 따끈한 하얀 타올을 가져왔다. 강진우와 청월은 손을 닦았다. 타올에서 나는 냄새가 향긋해 기분이 좋아졌다. 청빛이 은은히 나는 컵에 가득한 둥글레 차를 마시면서 청월은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방문이 조용히 열리면서 40 대의 여자가 연두색 한복을 입고 들어왔다. 낮익은 얼굴이다.
"강회장님 여기주인이신 요리연구가 한여사님입니다"
"혹시 TV 에서 요리강습하시는 분?"
"네 맞아요. 그 분이세요"
"안녕하세요 오셔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성껏 대접해 드릴게요"
한여사는 공손히 인사를 하고 나갔다.
한가지씩 나오는 음식은 참 맛있었다. 따끈따끈하게 금방 내오는 음식을 강진우는 다 먹었다. 청월도 잘 먹었다.
음식을 다 먹고 후식으로 나온 약과와 수정과도 다 마시고 먹었다.
"아주 훌륭했어요. 음식이 품위있고 멋지고 맛 있었어요. 고마워요. 이런 좋은곳을 안내해 주어"
"강회장님!"
청월이 벼란간 정색을 하고 강회장을 불러 강진우는 조금 의아했다. 청월은 똑바로 강진우를 응시한다. 그 시선이 너무 강렬해 강진우는 불안했다.
"나 회장님과 정식으로 사귀고 싶어요"
요즈음 젊은이들이 하는말 사귀고 싶다가 연애걸자 하는 말로 들렸다. 강진우는 당황해졌다. 청월이 벼란간 적극으로 나오는 이유를 알것도 같다. 고은미를 의식해서 일 것이다.
강진우는 고은미를 생각한다.
고은미와 그 날 호텔방에서 있었던 일.
강진우는 고은미의 방에서 커피를 마시고 그녀를 안고 키스를 하고 그 방을 나왔다. 고은미는 강진우가 방에서 나갔어도 알수없는 아쉬움에 도어에 등을 기댄채 뜨거워진 자신의 몸을 식히고 있었다. 세번째 남편과 이혼하고 거의 15년을 혼자 살았다. 유혹하는 남자들도 있었지만 사업에만 매달렸다. 사실은 남자에 대하여 환상을 잃었다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 .강진우를 통하여 남자의 향기를 오늘 느꼈다. 차라리 솔직하게 강진우를 붙잡을 것을 하는 늦은 후회도 생겼다. 그런데 이 순간 팽팽한 젊음을 가진 청월이 눈앞에 떠 올랐다. 고은미는 확신했다. 청월이 강진우를 사랑하는것을. . .여자의 직감으로 그랬다. 질투의 감정이 고은미를 화나게 만들었다. 강진우 그저 몇번 만난것 뿐이다. 나하고 아무 상관이 없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강하다. 이제껏 혼자 당당하게 잘 살았다. 오늘 밤 일은 하나의 추억일 뿐이다. 고은미는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때 도어벨이 울려 고은미는 깜짝 놀랐다. 밖에서 도어를 노크하면서 은미씨 강진우입니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혹시 무엇을 이 방에 놓고 갔는가 하면서 고은미는 도어를 열었다. 강진우가 방으로 들어오면서 고은미를 덥석안고 침대로 향했다. 고은미를 침대에 눕혔다. 하얀벼개위에 있던 초코렛 두 개가 고은미의 머리밑으로 부끄러운듯 숨어버렸다.
그들은 그 밤 하나가 되었다. 사랑한다거나 좋아한다 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이미 그들은 알기때문이다. 강진우는 고은미의 몸을 통하여 자신을 찾았다. 고은미는 강진우를 통하여 남자의 진한 향기를 찾게되었다. 다음날 아침이 되어 침대에서 눈을 떴을때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게 됨을 느꼈다. 화장기 없는 고은미의 얼굴은 깨끗해 보였다. 고은미는 나이답지 않게 조금 부끄러워했다.
고은미는 미국행을 일주일 연기했다. 그들은 신혼여행하는 부부처럼 제주도에도 다녀오고 일본에도 다녀왔다.
"무슨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청월이 강진우의 달콤한 꿈을 깨버렸다.
강진우는 냉수를 한 컵 마시고 청월을 바라본다. 묘한 매력이 풍기는 여자다. 천하지 않지만 고상하지도 않는 여성의 섹시함이 고은미의 몸에서 풍겨져 나왔다. 투피스 상의를 벗어 반소매 부라우스 속에서 꿈틀대는 풍만한 가슴이 청월의 가쁜 숨소리로 인해 출렁거렸다. 솔직히 안아주고 싶은 욕망이 강진우를 못 견디게 만들었다. 결혼을 한 번도 안 여자. 예술을 사랑하는 여자가 바로 청월이다.
"저 강 회장님 좋아하고 사랑해요!"
청월의 고백에 강진우는 정신이 얼떨떨 했다.
청월이 방석에서 일어섰다. 강진우도 따라 일어섰다. 청월이 강진우에게로 와서 그의 품에 안겼다.
강진우는 청월을 밀어내지 못했다. 머리속에서는 이러면 안되지 하는데 감정은 청월을 받아드려졌다. 강진우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청월은 고개를 들어 강진우의 두 눈속으로 자신의 타 오르는 눈을 밀어 넣었다. 뜨거운 숨소리가 높아졌다. 청월은 두손으로 강진우의 얼굴을 감싸고 자신의 입술을 강진우의 입술로 다가갔다.
그때 교자상 위에 놓은 강진우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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