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연인 융프라우 / 정용진

2012.07.24 11:02

강학희 조회 수:180 추천:11




Jungfrau03.jpg


        나의 연인 융프라우 / 정용진


        님 그리워하는 마음
        나날이 깊어
        백옥장삼을 걸치고
        억만년을 기다렸네.

        기다리는 세월이 너무 길었다.
        서있는 세월이 너무 길었다.
        내 너를 찾아
        구름으로 외지를 떠돌고
        물결로 강산을 굽어 도는 동안
        너는
        고향마을 알프스 산록에서
        주야 사시장철
        춘풍추우(春風秋雨) 혹서동설(酷暑冬雪)을
        온 몸으로 안았구나.

        기다림의 세월이 너무 길었다.
        서있는 세월이 너무 오랬다.
        숱한 세월의 맥박 속에
        바람이
        구름이
        별빛이
        눈비가
        네 곁을 스쳐 지나가며
        마음을 흔들고
        가슴을 두드리고
        옷소매를 잡아당겨도
        곧은 절개로 버티고 서서
        처녀의 머리위에
        백발이 서렸구나.

        날마다 너를 찾아온다, 온다하면서
        칠순을 넘어 너를 찾아
        흰 눈이 펄펄 내리는 3,454미터
        알프스 융프라우 산정에 오르니
        기다리다 지친 노여움으로
        짙은 안개 커튼을 드리우고
        얼굴을 숨기는구나.

        타는 연정(戀情)의
        불길 같은 사랑을 억누르고
        발길 돌려 떠나오는 내 마음 애닯어
        따라오며 차창에 부딪치는 눈물방울
        차가운 빗소리!
        너의 발소리로 믿으련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내 너를 일찍 찾지 못하여
        네 가슴에
        만년설이 덮혔구나,
        내 너를 사랑하여
        네 가슴위에 소복이 쌓인
        흰 눈 위에
        다섯 손가락을 펴서
        나의 손도장을 찍어
        카메라에 담아
        울며 떠나가노라.

        잘 있어, 또 올께
        아! 아!
        나의 사랑
        나의 연인
        융프라우.

        *Junfrau 알프스의 영봉으로 처녀라는 뜻임.








Back music : Gabriel Faure
Romances sans paroles (3) for Piano, Op.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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