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나는 가장... / 파블로 네루다

2014.03.18 03:39

강학희 조회 수:221 추천:6



오늘 밤 나는 가장 슬픈 시를 쓸 수 있네 / 파블로 네루다


  
오늘 밤 나는 가장 슬픈 시를 쓸 수 있네.
예를 들어, "별로 수놓아진 밤,
떨고 있네,푸른, 별들이, 저 멀리서"
밤 바람은 하늘을 돌며 노래하네.

난 오늘 밤 가장 슬픈 시를 쓸 수 있네,
난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도 가끔씩은 날 사랑했네.
오늘 같은 밤이면 그녀를 품에 가득 안았네.
끝없는 하늘 아래 그토록 키스했네.

그녀는 날 사랑했고, 나 또한 때때로 그녀를 사랑했네.
날 바라보는 그 커다란 두 눈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난 오늘 밤 가장 슬픈 시를 쓸 수 있네.
그녀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그녀를 잃어버렸다고 느끼면서.
커다란 밤을 듣거니, 그녀 없어 더욱 큰 밤,
풀잎에 이슬 내리듯, 영혼에 시가 내린다.

내 사랑이 그녀를 잡아 두지 못한 게 뭐 그리 중요하랴.
밤은 별로 빛나고, 그녀는 내 곁에 없네.

이게 다야. 멀리서 누군가 노래하네, 멀리서.
내 영혼은 그녀를 잃은 게 못마땅해.
내 시선은 다가갈 그녀 애타게 찾아
내 가슴도 그녀를 찾지만, 이미 곁에 없어.

우리가 함께 있던 같은 밤, 같은 나무 곁.
그러나 그때의 우리들은, 이제 같지가 않아.
난 그녀를 사랑하지 않아, 그건 그래, 하지만 얼마나 사랑했던가.
내 목소린 그녀의 귀에 가서 닿을 바람을 찾고 있어.

다른 이 것, 다른 사람 것이 됐겠지, 이전엔 내 것이었던 것처럼.
그녀 목소리, 그녀의 고운 살결, 끝없이 깊은 눈망울.
이제 난 그녀를 사랑하지 않아, 그건 그래,
하지만 어쩌면 사랑하는지도 몰라.
사랑은 그다지도 짧고, 망각은 그처럼 긴 것.

오늘 같은 밤이면 그녀를 내 품에 안고 있었음으로,
내 영혼은 그녀 잃음에 못마땅해.
이것이 그녀가 내게 주는 마지막 고통일지라도,
이것이 내가 그녀에게 바치는 마지막 시가 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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