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타인이었다
연한 색 옷을
구격대로 맞춰 입고
있는 대로 털을 세워 뽐내던 시절
그 아래
빈번하게 밟힌 숫한 자국
작은 몸집 비비꼬며 비집고 들어앉는 먼지
점점 기죽어 가는 털구멍 마다
나타나는 선명한 얼룩들
욕심의 찌꺼기 때 쓰듯 스며드는 내 흉부
지척에 살포되는 세제 뒤집어쓰고
탐심과 위선을 빡빡 문질러버리는 카펫 클린어
나는 네가 된다
칭칭 엉겨 붙은 땟국
서로 싱갱이 벌리는 한 나절
벌렁 허공에 뜬다
통풍을 해도 사라지지 않던 냄새 앞에
오늘 하루 만이라도
한 방안에서 몸을 던져 땟국을 녹이는
너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