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거울 / 에스터

2014.01.08 16:43

김영교 조회 수:257 추천:7

손거울 / 에스터
 
금년에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 중에 내 마음을 홀딱 가져간 물건이 있다. 그것은 노랑색의 예쁜 복 주머니 안에 담겨진 아름다운 손거울이었다. 살짝 비춰보기에 꼭 알맞는 작은 손거울, 더군다나 거울 뒷면은 고운 꽃무늬 장식이 있어 예쁘고 고급스러워 여자라면 탐을 내고 싶은 물건이다. 내 딴에는 예쁘고 귀하다 여겨져 다시 조심스레 싸 잘 건사해 두었다.
 
동생생일이 다가왔다. 뭘 줄까 마땅한 선물이 떠오르지 않아 궁리를 하고 있는데 문득 그 거울 생각이 났다. 거울이야 말로 내 동생이 꼭 필요로 하는 그리고 가장 적합한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울이란 물체의 모양을 비추어 보는 물건이 아닌가. 약간 장애가 있는 동생 은 거울을 보지 않는 사람처럼 입술연지도 깔끔하게 제대로 바를 때가 드물고 눈썹을 그리는 것도 마찬가지, 숯덩이처럼 시꺼멓고 굵은 붓으로 찍어 놓은 듯 꼭 옆으로 삐죽삐죽 나와서 지워서 다시 손질해주고 싶을 때가 많았다. 어깨는 늘 한쪽이 좀 처져 걸음걸이도 바르지 못하고 옷을 입어도 늘 단정치가 못해 혹시 거울에 모습을 비춰 보지 않는 게 안닌가 싶을 정도였다. 예쁜 이 손거울 이야 말로 동생이 기뻐할 것 같은 감이 들었다.
 
그림을 좋아하는 동생은 어찌 자기 얼굴 그림에 음영을 반듯하게 못할까 싶어 속상한 적이 있었다. 한마디 하면 듣기 싫어하는 동생이라 눈치 봐서 말을 건넨다. “언니 눈에는 어떻게 그런 것만 보여?” 하면서 동생이 항의하며 화를 낸다. 나는 모성애적 보호의식에서 꼭 말 한 두 마디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존심이 몹시 상하는지 동생은 개선되지 않았다. 이런 동생을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보게 되고 봐야 안심이 되었다.

동생이 이 거울을 매일 비춰보면서 얼굴을 바르게 다듬고 좀 더 가꾸어 아름다운 여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 거울을 선물로 주면서 절대로 잃어버리지 말고 다른 사람 누구에게도 주지 말고 백에 잘 넣고 다니면서 하루에도 여러 번 꺼내 보며 애지중지하라고 일러두었다.
 
끄덕이는 동생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 내내 거울이 필요한 사람은 동생보다 바로 내 자신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동생만 꼭 거울이 필요하다고 단정 지은 것은 나의 편견은 아니었을까.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에 비뚤비뚤 화장도, 비틀비틀 걸음걸이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뭐가 그렇게 완전해서 나는 거울을 안 봐도 척척 잘 해 나가고 있는 사람처럼 상대방의 잘잘못을 지적만 하려들었을까. 지적당하기는 싫어하면서....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 그 끔직한 사랑 하나가 지적을 서슴치 않았다.  지적을 당할 때 기분 나쁘다던가, 불쾌해지면 그 동기가 바로 사랑의 표현이란 깨달음을 얻고 보니 오히려 고맙게 받아드려야 한다고 느꼈다. 나 아닌 다른 모든 대상이 나의 거울이 되어 주고 있다는 공동체의 연대의식. 너는 나에게 나는 또 나에게, 주위에 있는 수도 없이 많은 거울의 후보자들....
외모만 비추고 바로 잡아주는 거울, 또 내면을 비춰 볼 수 있는 보이지 않는 거울을 모르는 체 살아온 나의 삶! 또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 다른 사람은 다 아는데 자기만 자기 자신을 모르는 것이 <교만>이라고 한 어떤 설교말씀이 유난히도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시간이 흘렀다. 동생은 천천히 변화, 개선되었다. 이렇듯 서로가 서로에게 거울의 사명을 다하며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바로 보라는 보이지 않는 내적 거울 <말씀>을 꺼집어 내 비추어 본다. 자신의 사명을 다하는 작은 크기의 큰 지적의 손거울, 바로 거울의 가치와 의미, 그 기능에는 크기가 문제되지 않는다는 깨달음, 정녕 내가 필요로 하는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손거울의 존재를 깨우쳐 준, 내 마음속에도 있어 작지만 조그마한 손거울이 준 큰 교훈을 이 순간 그저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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