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를 품고 살아가는 이민 여성들의 속 이야기

입력일자: 2012-01-1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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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영강씨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엄마의 이야기, 딸의 이야기, 아내의 이야기, 며느리 이야기… 세상 모든 여자들의 깊은 속내를 퍼내고 또 퍼내는, 그 많은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그동안 어떻게 참았을까?

본보 문예공모를 통해 등단한 지 10여년 만에 김영강씨가 펴낸 첫 소설집 ‘가시꽃 향기’(해드림출판사)는 가슴 속에 가시를 품고도 평범하게 살아온 여성들의 이야기, 그 복잡한 내면과 비밀스런 욕망을 치열하게 해부해 자근자근 풀어낸 책이다.

요즘 같이 책 내기 쉬운 세상에, 등단만 했다 하면 ‘저서’를 척척 찍어내는 세상에, 10년이 넘도록 소설집 하나 내지 않은 소신과 고집과 완벽주의, 그만큼이나 결집력과 완성도가 높은 단편집이다. 가시꽃은 실존하지 않는 상상화라고 하는데, 책에서 맡아지는 향기는 은은하면서도 여운이 길다.

박양근 문학평론가는 “낯선 미국에 뿌리를 내리는 이민 여성들이 가시꽃이다”라면서 이 책에서 “잉크 냄새가 아니라 여성의 살 비린내가 난다”고 했다. 재미 한국여성의 진솔한 내면과 현대여성의 질박한 심리를 함께 내건 점에서 소설의 진실성이 확대된다는 평이다.

표제작 ‘가시꽃 향기’를 비롯해 ‘남편과 호들갑이’ ‘수희’ ‘그 남자’ ‘젊은 시어머니’ ‘돈. 돈. 돈’ ‘그 40년 후’ ‘엄마의 눈물’ ‘풍선 속 남자’ 등 책에 실린 9편의 중단편들은 하나 같이 내 이야기면서 네 이야기이고, 현대인의 숨겨진 욕망과 디아스포라의 물결이 출렁이는 독특한 이민사회의 풍경화집이다.

기묘한 인간관계의 설정, 뛰어난 심리묘사, 조용하게 고조되는 긴장과 갈등, 예측불허의 반전 등, 한 편 또 한 편 손에서 책을 뗄 수 없도록 잡아끄는 픽션의 묘미가 끝까지 이어진다.

박양근 평론가는 “박진감 있는 구성력, 개성적인 인물창조, 질투와 사랑의 딜레마, 반전을 활용하는 서사력이 여성의 본성을 깊이 읽어낸 투시력과 균형미를 이룬 소설집”이라고 평하고 “김영강은 묻혀 있는 나이테를 복원시켜 도공의 손보다 섬세한 필력으로, 유화의 붓보다 담대한 기법으로 상상을 빛을 던져 사랑을 피워낸다”고 극찬했다.

김영강은 어린 시절부터 문재를 보였고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했으나 1972년 미국으로 온 후 글쓰기를 접고 20여년 간 남가주 한국학교에서 2세 한글교육에만 힘써 왔다.

10년 전 본보 문예공모에 단편소설 입상으로 등단하면서 뒤늦게 작가의 길에 들어선 김씨는 그 때부터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창작열로 글쓰기에 매달렸다며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 열정이 살아 있는 한 나는 계속해서 소설을 쓸 것이다. 문학의 본질에서 어긋나지 않고 진실성이 넘치는 아름다운 글을 쓸 것이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이민문학의 중요한 스토리텔러로 자리매김한 김영강의 다음 소설집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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