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
2016.02.25 08:35
아부지 이제 오셔요 !
산모퉁이를 돌아 점점 커지는 아버지의 비틀거리는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겨울은 술 마시기 좋은 날
추워 오돌거리며 마당까지 나가 아부지 이제 오셔요 합창을 하면,
누구야? 하며 얼굴을 한 번씩 바라보시고는
방에 들어가 한참동안 어머니를 괴롭히곤 하시던 아버지가 주무실때까지
사랑방에 납작 엎드려 기침소리라도 들리면 불러서 불호령이 떨어질까봐 숨죽이며
세상에 술은 왜 생겼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지요
그런 아버지께서 지금은 엄마 대신 밥도 하고 찌개도 끓여
입에 넣어주시기도 하십니다.
어느날은 기분이 아주 좋으셨나봅니다
보름달 빵을 한아름 사오셔서 우리를 낯설게 하시던 아버지
아버지가 미우면서도 아버지가 너무 좋아서
달려가 품에 안기지는 못해도 늘 자랑스럽게 바라보는 아버지
울 아부지가 동네에서 제일 잘 생겼고 아는것도 제일 많고
벽에 붙여진 12달짜리 달력에 있는 사진보다 더 잘 생긴 울아버지는
국회의원 나가도 될 터인데
울 아부지도 국졸이라 가끔은 이슬젖은 아버지의 눈을 바라보면,
그때는 어김없이 약주 한 잔 걸친 날
뽕나무 회초리로 종아리에 걷어올리던 그 때가 자꾸만 자꾸만 살아서 걸어옵니다..
- 시인 푸르나의 <아버지 이제 오셔요> 전문
아부지라고 부르면 모두가 시인이 되나 봅니다.
"https://www.youtube.com/embed/GKeFSyOfZ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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