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다정 김순만
1
안개에 뒤덮힌
어둠 속
흐릿함 처럼
떠오르려 해도
아무런 기억
나지 않지만
그 시절 만큼
내 삶에서 아름다운 때는 없었네
2
철없던 소년으로
길거리에
고개을 든
장미꽃 꺽어
소녀에게
건네고싶을 때
어찌나
그 마음 부끄럽든지
3
붉게
물든 꽃 한 송이도
건네 주지 못할 만큼
수줍던
나는
어느날
어른이 되어 있었네
4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계절은 그 때처럼
꽃피어 났고
단단한 고집이 된
나는
부드럽게 다가온
소중한 사랑조차도
면도날처럼
날카로움으로
사랑의 가슴 찌르고 말았지
5
그게 내 딴에서는
마음의 표현이었나봐
영혼이 피흘리고
낭자히 흐르는 핏자국에
어찌 할 수 없었어
6
거짓말이었으면 좋겠지만
세상은
눈을 감아버렸고
싸늘히 굳어져 버린
비수는
수 많은 세월 흘러도
아물지 않았지
7
그런 시절이 있었지
인생이 대체 무엇인지
사는게 무엇인지
답이 나오질 않아
8
겨울을 겪은 마른 나무처럼
건조해져 버린
나는 수많은 기억들을
지우고,
또한 삶에 울먹이면서
살아야 했어
9
마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의 터널을 지나서
꺼져버릴 듯한 촛불을
가슴에 품고 살아보려고
몸부림 쳤지
10
지금은 또 다른 세상에서
모든 세월을 벗어던진채
살아가는 거야
그래도
계절은 변함없이
꽃피어나 향기를 뿜어내지
11
그토록 거부했던
장미꽃 앞에서
나도 모르게 문득
앉아 있는 나
꽃에 다가서서
너무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알몸 바라보고 있지
12
당신의 얼굴을
하얀 백지위에
극적거려도 흐릿하기만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지만
단 한 번
말하지 못했던
사랑,그 말만 생각하면
물컹이는 눈물나
무척 사랑했나봐
꽃향기
가득한 장미꽃
내 딴에는 그게 향기였나봐
사랑이었나봐
Written By Sunman Kimm
2008.3.22. 13:09 #Proofreading 3.24. 03:00
♬Yesterday When I was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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