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26 22:50
(사진: 염직 아티스트 화가 강진주 作 )
여자는 몸에서 양수가 조금씩 나오는 것을 느꼈다.
그 양수는 자궁에서 천천히 허벅지를 타고 발끝에 닿아 있었다.
여자는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었다.
짧은 시간 안에 태아가 밖으로 나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 였다.
여자는 황급히 주변을 살폈다.
수많은 간판 들과 건물들이 시야로 빨려 들었다.
이 가운데 '천국 시네마'란 간판을 내 건 극장이 여자의 시선을 붙들었다.
여자는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극장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매표 구에 구겨진 돈을 내밀고 표 한 장을 구해 극장 안으로 들어섰다.
여자의 두 다리에선 여전히 많은 양의 양수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여자는 입술을 깨물고 아랫도리에 잔뜩 힘을 주며 여자 화장실로 향했다.
여자는 화장실에 들어서자 마자 쏜살같이 변기에 걸 터 앉았다.
여자는 황급히 두루마리 화장지를 잔뜩 뜯어 입 안 가득히 문 뒤 코를 통해 깊은 쉼을 들이마시고는 아랫배에 온 힘을 가했다.
여자는 한번씩 힘을 줄 때마다 엄청난 고통을 느꼈다.
지구별에 와서 이처럼 느끼는 고통은 처음이었다.
여자의 자궁 에서는 양수와 함께 시뻘건 하열이 쏟아지고 있었다.
여자는 그때마다 변기에 부착된 스틸 레버를 누르고 물을 내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순식간에 밖으로 나올 것만 같았던 몸 속의 핏덩이가 막상 세상 밖으로 밀어내려 하자 뱃속에서 마치, 탯줄을 꼭 붙잡고 ‘바깥 세상은 두려워서 나가기 싫다'는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여자의 온 몸에선 비오 듯 땀이 솟구쳤다.
4개의 변기가 설치된 여자 화장실은 지금 영화가 상영중이여선지 화장실을 이용하는 인기척이 드물었다.
간간히 누군가가 들어와서 소변을 본 뒤 종종걸음으로 사라지는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여자는 다시 변기 레버를 눌러 물을 내린 뒤 힘겨운 신음을 토하며 모든 기운을 아래로 집중시켰다.
그러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순간 몸 속에서 거대한 느낌 하나가 빠져 나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느낌은 자궁을 통과해 이내 밖으로 나오자마자 물이 찬 변기 속으로 떨어졌다.
여자는 속으로 악을 쓰며 다시 변기의 레버를 누르고 물을 내렸다.
엄청난 속도로 회오리를 치며 배수관을 따라 흘러 가는 폐수 속엔 여자와 핏덩이를 연결한 탯줄이 수압으로 인해 빨려 들고 있었다.
여자는 변기에 얹힌 자신의 엉덩이를 들어내고 탯줄을 걷어 올린 뒤 앞 이빨로 탯줄을 끊기 시작했다.
탯줄은 생각처럼 호락호락 잘리지 않았다.
여자는 이빨로 탯줄을 자르면서 변기 속에 핏덩이를 흘끔 훔쳐 보았다.
두 주먹을 꼭 쥐고 지그시 눈을 감고 있는 핏덩이가 물 위에 둥둥 떠 있었다.
여자는 이 낯설고 부자연스런 핏덩이를 재빨리 자신에게서 떨쳐 버려야 하겠다는 생각에 골몰한 나머지 핏덩이가 인간이 아닌 무릎 위에 쏟은 붉은 케첩처럼 느껴졌다.
앞니로 물어 뜯고 송곳니로 잘라내고 어금니로 질겅질겅 씹어 간신히 탯줄을 끊은 여자가 변기 속에서 두 귀를 쫑긋거리고 있는 핏덩이를 내려다 보았다.
핏덩이의 몸뚱이는 어느새 하얗게 변해 있었다.
여자가 수 차례에 걸쳐 변기 속 오수를 내려 보냈기 때문 였다.
여자는 벗어 던진 치마를 집어 다시 고쳐 입고 변기 속의 핏덩이를 들어내 화장지 위에 눕혔다.
화장지 위에서 꼼지락거리는 핏덩이를 물끄러미 내려다 보던 여자는 이내 몸을 추스리곤 화장실을 빠져나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뛰쳐 나갔다.
핏덩이가 발견된 것은 영화가 종영되고 난 직후 였다.
화장실에 들어선 여자가 화장지 위에서 꼼지락거리고 있는 핏덩이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비명을 질렀기 때문이다.
핏덩이는 극장측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응급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고 이 곳에서 핏덩이는 비로소 울음을 터뜨렸다.
갓난아이는 여아(女兒)였다.
득음(得音)이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이 소녀는 우주 속에 존재하는 모든 소리들을 취합해 듣고, 분석하고, 이를 다시 분해 하는데 천재 였다.
소녀처럼 만물의 소리들을 자유자재로 갖고 노는 인간은 이 지구별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만큼 소녀는 소리에 관해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사 이래 전무후무한 인물이었다.
그녀는 이 지구별에 올 때 자신을 만든 인간에게 버림을 받았다.
허나, 전화위복이라 할까...... 오히려 자신의 인생을 탄탄대로 위에 올려 놓은 양부모인 의사부부에게 맡겨져 성장했다.
소녀는 세 살 때부터 누구의 가르침 없이 스스로 피아노 건반을 두드렸다.
부모는 물론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득음은 다섯 살 나이 때에는 지구별에 존재하는 모든 소리를 해석했다.
(천자千字 소설)
2017.04.26 23:56
2017.04.27 04:06
여자의일생 !
멋진 여자는 마음만 먹는다고 해서 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무엇으로 멋진 여자이고 싶은지 보다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어야 한다.
외모로 멋진 여자이고 싶은 것인지,
역량으로 멋진 여자라는 평가를 받고 싶은지,
마음이 멋진 여자이고 싶은 것인지,
무엇 하나라도 똑 부러지게 멋지게 살아야
멋진 여자가 될 수 있다.
.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면에서 다 멋질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다른 사람들을 보면 다 멋져 보일지 모르지만,
그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떤 한두가지가 멋있어서 그렇게 보일 뿐이지
모든 면에서 멋지지는 않다.
.
자신의 주체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하여 가꾸려고 하지 않고
이 사람 저 사람의 겉모습이나 드러난 면모만을
닮아가려고 하다 보면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어중이 떠중이처럼
우스운 모습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
그러니 단 한 가지라도 확실하게 멋진 면모를 갖추도록 노력하라.
미소 하나로 사람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멋스러움을 지니든지,
뛰어난 말솜씨로 다른 사람들의 심금을 울려 버리든지,
아름다운 마음씨로 얼어붙은 이들의 마음을
싹 녹여 버리든지,자신의 멋스러움을 상징하는
고유한 브랜드를 창출하라.
.
그러기 위해서 먼저 '스페셜리스트(specialist)'가 되어라.
어떤 한 가지에서 멋진 스페셜리스트가 되면,
다른 것에서도 더 멋진 스페셜리스트가 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신비로운 능력이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새 점점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로 성숙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
그러나 그때까지는 고독하게 살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멋지게 살려면 고독의 터널을 거쳐가야 한다.
여기서 고독이란 목표를 정해놓고 어떤 난관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관리해나가는 능력을 말한다.
.
한번 마음먹은 성공의 뿌리를 완전히
내릴 때까지는 어둠 속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지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오랜 시간 동안 오직 뿌리내림만을 계속하는 대나무의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
그런 기다림과 인내의 과정을 거쳤기에
대나무는 일단 땅위로 나오면 세상에서 가장 빨리 자라는 나무로
거듭나는 것이다.
.
그 때가 되면 남들은 그대가 엄청 멋진 존재임을 알아차리고
그대와 가까워지고 그대를 닮아보려고
안달이 나서 주변에 모여들 것이다.
.
그렇게 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멋진 여자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멋은 인위적으로 가꾼다고 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가장 자기답게 살다보면 내면에서
저절로 배어나오는 것이 진정한 멋스러움이다.
마치 장미가 지닌 내면의 아름다움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
마침내 꽃으로 터져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
멋진 여자가 되고 싶은 세상의 여성들이여!
멋진 여자가 되고 싶거든 지금부터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라.
.
20세기는 브랜드가 있는 상품이 잘 나가는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브랜드가 있는 사람이 잘 나가는 시대다.
2017.04.27 06:36
여성주의 시를 검색하다가 문정희의 시 <물을 만드는 여자>를 발견했다. .
문정희의 시를 즐겨 읽었지만 처음 만나는 시, 그런데 최고네요!
여자, '대지의 어머니'가 되다
이 시는 여성의 배뇨를 소재로 한 시다. 시인은 딸들에게 ‘아무 데나 서서 오줌을 누지 말’고
푸른 나무 아래 앉아서 가만가만 누’라고 당부한다.
그리고 ‘네 몸속의 강물’이 ‘흙 속에 스미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라고 권한다.
그 소리는 ‘세상을 풀들’을 ‘무성히 자라’게 하고 ‘네가 대지의 어머니가 되어가는 소리’다.
물을 만드는 여자/ 문정희
딸아, 아무 데나 서서 오줌을 누지 말아라
푸른 나무 아래 앉아서 가만가만 누어라
아름다운 네 몸 속의 강물이 따스한 리듬을 타고
흙 속에 스미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아라
그 소리에 세상의 풀들이 무성히 자라고
네가 대지의 어머니가 되어 가는 소리를
때때로 편견처럼 완강한 바위에다
오줌을 갈겨 주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
그럴 때일수록
제의를 치르듯 조용히 치마를 걷어올리고
보름달 탐스러운 네 하초를 대지에다 살짝 대어라
그리고는 쉬이쉬이 네 몸 속의 강물이
따스한 리듬을 타고 흙 속에 스밀 때
비로소 너와 대지가 한 몸이 되는 소리를 들어보아라
푸른 생명들이 환호하는 소리를 들어보아라
내 귀한 여자야
- 시집『양귀비꽃 머리에 꽂고』(민음사,2004)
이 시에는 “여성성 안에는 대지(大地)적인 무한한 생명력이 있는데,
거기서 여성의 본질을 찾을 수 있다”는 시인의 믿음이 굳건히 담겨 있다.
여성의 배뇨는 단순한 생리 현상에 지나지 않지만 시인은 ‘서서가 아니라 앉아서’ 볼일을 보는 모습에서 드러나는 여성성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단순히 배뇨하는 소리에 지나지 않는 그 ‘몸속 강물소리’는 세상의 풀들을 무성히
자라게 하고 여자가 대지의 어머니가 되어가는 소리가 된다. 완강한 바위를 갈겨주는 대신
보름달 탐스러운 화초를 대지에다 살짝 대면, 대지와 한 몸이 되고
생명의 환호가 들려오는 까닭도 마찬가지다.
시인이 딸을 ‘내 귀한 여자’라고 부르는 까닭도 거기 있다.
'오줌 누는 소리'를 기꺼이 노래한 시인 ~
2017.04.27 09:25
Ode to joy..
사월 오후 / 박용하
시인 두보는
꽃잎 한 조각 떨어져도 봄빛 줄어든다 했네
왕벚 꽃잎 떨어져 허공을 밟고
자두 바람 몰려와 나뭇가지 핥네
사람 싫어하는 내게도
좋아 죽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 이 세상에서 나가면
세상 빛이 줄겠지
오늘 살구꽃 무참하게 진다야
당신 가슴속은 뭐하는지 이 마음은 묻는다
너 보고 싶어
네 눈빛 건지고 싶어
못 견디게 견디는 사월 오후
세상일 하나같이 내 뜻과 멀고
네 몸 역시 내 맘 같지 않네
2017.04.27 10:25
Ode to joy..
개봉동의 비/오규원
천우사 약방 앞길 여자 배추장수 돈 주머니로 찾아드는 비 땅콩장수 여자 젖가슴으로 찾아드는 비 사과장수 남자 가랑이로 찾아드는 비 그러나 슬라브 지붕 밑의 시간은 못 적시고 슬라브 지붕 페인트만 적시는 비 서울특별시 개봉동으로 편입되지 못한 경기도 시흥군 서면 광명리의 실룩거리는 입술언저리에 붙어있는 잡풀의 몸 몇 개만 버려놓는 비 아릿한 과거를 떠올리며 묵은 시집을 꼭10여년 만에 뒤적여 보다가 나는 ‘개봉동의 비’를 읽는다 |
2017.04.28 01:21
소중한 시간을 쪼개어 이산해 글 밭을 찾아 주신 여러 귀하들에게 허리숙여 존경을 표합니다.
그리고 빈천 한 이산해의 글 밭을, 번뜩이는 혜한(慧眼)의 글로 덧붙여 빛내주신 자상한 배려에 다시 한번 허리를 숙입니다.
늘 건강 하십시오.
이산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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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touching, I read it well... Than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