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여, 짖으라/강민경
산 둔덕 위
다이아몬드 헤드* 모퉁이에 둘러앉은
적막하고 고즈넉해 보이는 부잣집들
큰 나무울타리들이 구치소의 철조망 같다
저 안에는 누가 살까
갑자기 나타난 인적에
굶주린 고요가 내 발걸음 소리를 들었는지
나무울타리 사이로 적막을 열어
빼꼼히 안을 드러낸다
왈왈, 어렴풋이 보이는
하얀 중개 애완견 한 마리
이리 띄고 저리 뛰며 제 존재를 알리는
강경한 엄포에, 와르르
외로움이 무너져 더욱 외롭다
그래, 짖어라
네가 짖어 담이 무너진다면
네 주인은 감옥에서 해방될 것이고
이웃들은 오손도손 정을 나눌 수 있을 것이고---
네 꿈이 내 꿈이니, 아니 우리 모두의 꿈이니
헛되지 않으면 좋으련만
*하와이 관광지 중의 하나인
다이아몬드 헤드 모양의 바위산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