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어 詩 語
채영선
이제야 알게 되었지
그는 꽃길을 좋아하지 않아
보도블록 무늬를 찾지도 않지
귀밑머리 옆에 종일 울리다가
흔들리는 은행나무 가지 사이로
소곤거리며 미소지으며 사라지며
텃밭 귀퉁이 들뜬 잡초밭
밤비에 꼭꼭 접은 민들레처럼
아쉬움만 목젖까지 타오르도록
무지개로 눈가에 아롱거리다
백지 위에 흘깃 향기만 뿌려주고서
돌아서 버렸네 첫사랑처럼
밤마다 소리없이 찾아오는 열병은
술떡 한 조각에 붉은 낯으로
일렁이며 벽지 위에 흘러내리네
시집 ' 사랑한다면'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