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까꿍 / 성백군
입춘이 지났다고는 하지만
아직 추운데
동네 담 보퉁이 벚나무는 어지간히 급했나 보다
만개(滿開)를 넘어 허공에 분분하며
겨울잠을 깨운다
땅 위에 떨어져 엎어진 낙화 한 송이
안쓰러워
주워, 뒤집어 보는데
‘까꿍’ 수술들이 모여 아는 체한다
나도 드려다 보고 눈 맞추며 ‘까꿍’ 하는데
어디서 또 ‘까꿍’ 이다
더부살이 다람쥐 한 마리 늦잠 자다 깨었나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벚나무를 오르내리며 이쪽저쪽에서
‘까꿍’ ‘까꿍’ ‘까꿍’
저기, 젖먹이 동네 아이
엄마 손 잡고 아장아장 걸어온다
중국, 일본, 한국 아이, 인도?
모르겠다. 저도 모르겠다고 말똥말똥
아무렴 어떤가, 제가 봄이라 귀여운데 ‘까꿍’
신기하고, 낯설고, 멀고, 가깝고, 이상하다고, 아이 눈망울에
봄이 ‘까꿍’ ‘까꿍 ‘까꿍’
이러다간
내 혓바닥에 가시가 돋겠다
늙은 몸에도 꽃샘바람 불겠다
1296 - 0213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