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가 머리를 깎았다. / 성백군
새벽, 길에 나와 보니까
측백나무 울타리가 머리를 깎았네요
네모반듯합니다
가지런합니다
주위가 산뜻하고 마음이 개운합니다
주변 땅 위에 떨어진
잎들, 웃자란 가지들
왜 아니 아프겠습니까
저것들도 다 같은 피붙이인 것을
나도 이발하려
교회에 들렀습니다
마음에 돋아난 욕심, 교만,
하나님의 과녁에서 빗나간 새치들
말씀으로 골라내고 기도로 잘랐습니다
상처가 아물 때까지
울타리가 주인을 자랑하듯 나도 주님을 찬양하며
내 몫의 십자가를 가볍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