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有情)
이 월란
다신 돌아오지 못할 편도 승차권같은 이별이 간이역마다 잠들어 있다
쇠약한 날들의 한숨과 말 못하는 애완동물의 눈빛같은
별리 가득한 습지들 기적소리에 몸이 마르고
순간을 다스리지 못하고 뱉어낸 토사물같은 욕정의 잔재들이
주워담지 못한 고해성사로 달려 온다
중심을 잃은 진잎처럼 떨어져 내리던 고백으로도 뿌리내린
연인같은 나무 두 그루가 몸 한 구석 닿지 않고도
영원한 시선을 맞추고 서 있다
시선 끝에 소실점으로 멀어져 있는 점 하나, 달리는 세월 속에
윤곽이 드러나면 도시 가운데 납작 엎드린 공원묘지
마지막 사력을 다해 혼유석을 지키고 있는 철지난 꽃송이들은
사랑의 시신을 눈밭에 묻은 너와 나의 흔적이다
싸늘한 레일 위를 맨발로 걸어도 멀리, 멀리서 달려오는
귓가에 엎드린 경적 소리, 나를 부르는 소리
순도 높은 드라이아이스에서 승화한 인조 아지랑이같은
희망의 패키지를 사들고도 나는 눈물겹도록 행복해야 한다
설법처럼 펼쳐진 하루를 꼼꼼히 읽어내려온
홀로 타오르다 붉어진 하루해가 내 안으로 지고 있다
종말같은 밤이 오고 천지가 무릎 꿇어도
따뜻한 병 하나 앓고 있는 심지 없는 노을꽃
종소리같은 축전에 마음 조여 부서지는
나는 아직도 다 타지 못한 노을
2008-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