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개
이월란(10/06/26)
컴퓨터 앞에서
컴퓨터 시험을 죽을 쑤고
컴퓨터를 째려보며 나오는데
하늘이 노랗다
점 하나 잘못 찍어도 간 떨어지는 경고음
내 차가 어디 있더라
캄캄하다
입력되어버린 코드의 답습으로
마지막 장소가 떠오르지 않는다
똑같은 시험을 다섯 번씩이나 칠 수 있다니
인간을 어떻게 보는건지
귀를 기울이고 머릴 조아려야 하는
똥개 같은 훈련시간
게임은 이미 시작되었다
주차장을 한 바퀴 돌면서
삐삐소리를 따라 겨우 찾아내었다
해커들의 장난질은 멈추지 않는다
셀폰을 잃어버린다면 가족들의 파일조차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입력된 파일만을 찾기에도 급한 날들
졸개 노릇에 익숙해지고 있다
백신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바이러스로 전락해버릴 수도 있다
수괴를 작동시켜야만 하는 신성한 임무
아날로그의 추억은 너무 야만적 이었다
탈출의 꿈은 언감생심
컴퓨터 두목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