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이월란(10/07/04)
바로 집 앞은 몇 달째 대형공사 중이다
대륙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I-15 프리웨이 입구가 생긴단다
벌써 반쪽은 매끈한 아스팔트가 비포장의 혼잡을 삼켜버렸다
매일 러시아워의 정체구간을 일없이 빠져 나갈 수 있겠다
매일 ‘공사 중’ 사인이 나붙어 있는 척박한 마음의 땅에도
누군가 저 휑하니 뚫린 대로 하나 놓아 주었음 좋겠다
갈등 없이 곧바로 고속의 질주로 이어지는 입구 하나
누군가 훤히 뚫어 주었음 좋겠다
빙빙 돌다가 가보면 지름길 훤히 보이던 삶의 길
유턴조차 허락되지 않은 일방통행인 세월의 길에도
누군가, 허비 없는 정석의 길 하나 닦아 주었음 좋겠다
삼천포로 빠지길 즐기며 삼포 가는 길 하릴없이 기웃대던
우왕좌왕 인생의 길, 뒤돌아보지 않고 활보할 수 있는
백주대로, 오늘도 공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