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론
이월란(10/07/06)
다시 단풍 들면
나도 변색하거나 변장할 것이다
환절 앞에 앉은 하루해가 기지개를 켤 때마다
따다닥 각 맞추는 소리 지루하고도 슬퍼
낙엽처럼 떨어져 쌓인 세월의 뼛조각들 앞에서
남은 척추에 다시 울긋불긋 물을 들이고
렌즈 속 프레임마다 혈관처럼 피가 흘러
버리고 온 그 마음으로 다시 변심할 것이다
여름과 겨울 사이에서 탈색해버린 이성으로
극비사항을 발설해버린
기억의 출혈이 허공에 써둔 혈서처럼
가지 꺾인 열 손가락 마디마디 욱신거려
잔서殘暑로 따끈한 머리를 감싸 쥐고
추색 짙은 잎새 옷을 다시 챙겨 입을 것이다
바스락거리며 불타는 나무 속으로
다시 기어들어가고 말 것이다
수목장 치르듯
죽은 이들의 이름표를 가지 끝에 달고
저승길 닮아 있는 저 나무의 길 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