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이월란(2010/09)
아이들이 적어 놓은 쇼핑 목록을 들고 시장에 간다
초콜릿 도넛
초콜릿 아이스크림
코코아 팝스 시리얼
치토스 칩 (오렌지색)
도리도 칩 (파랑색)
닥터 페퍼 2
피자 롤 (페파로니)
밀크
크렌베리 주스
해바라기 씨 (까지 않은 것)
천도복숭아 (크지 않은 것)
카스테라 빵 (냉동 중인 것)
타바스코 핫 소스
꼼꼼히 체크하며 몽땅 사서 나온다
초콜릿빛 사랑 한 다스
용서 한 박스
배려의 칩 (오렌지색)
칭찬의 칩 (파랑색)
조언의 롤
인내의 씨 (까지 않은 것)
질책의 복숭아 (크지 않은 것)
침묵의 빵 (냉동 중인 것)
방관의 핫 소스 까지
[시작노트]
정작, 먹고 사는데 필요한 모든 항목들은 내 목록에만 들어 있다. 화장지, 냅킨, 고기, 치즈, 스파게티 소스, 키친타올, 식용유, 쌀, 라면, 빵, 야채, 과일, 치약, 샴푸, 빨래비누까지. 아이들은 해바라기 씨만 먹고도 잘 살 수 있는 줄 안다. 아이스크림만 먹고도 배가 고프지 않을 줄 안다. 좋은 부모가 주어야만 하는 것들이 저렇게 목록으로 작성되어질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