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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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10.09.26 10:29

니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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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그로


이월란(2010/09)


검은 아기를 업고 물동이를 인 여자와
쇠고랑 찬 두 발을 끌고 가는
반라의 남자는 목줄로 맺어져 있다

말라리아에 걸린 제임스 강은
향수에 걸린 어둠을 공룡처럼 삼켰다는데
철커덩거리는 그림 속 악몽은
다시 오는 봄처럼 위대하다

노예선 닻 내리는 항마다
학질 닮은 아기들의 울음소리
인간을 파종하고 생명을 따먹는
비옥한 하늘 아래 끝나지 않는 피부전쟁

벗은 이와 입은 이가 공생하는 정글 속
먹이를 주는 곳으로 끌려가던 발자국들로
삼백 년 전, 온통 흑백인데
아기 업은 포대기만 연분홍이다

살빛 어두운 강이 흐르고
두툼한 꽃의 입술이 만개하는
코 낮은 아프리카로 가고 싶은, 나는

돌아보면 핏빛이 살짝 착시를 일으키는
핑크빛 생명을 업고
하얀 줄에 끌려가는 노오란 니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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