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가을(견공시리즈 82)
이월란(2010/10))
콩만 한 것이 자기만 하면 코를 곤다
눈만 뜨면 가슴을 골고 있는 주인은
가르랑거리는 비천한 잠 속으로
존귀한 사람의 발로도 돌돌 말려 들어가고 있다
토비는 내 가슴을 말아 쥐고 자꾸만 잔다
웅크리고 잔다
나는 일 년에 다섯 살을 먹어요
가을이 짧다구요?
한 계절쯤은 우습기 짝이 없죠
자고 또 자는 금수의 세월이 길어서
감은 눈앞에서도 오늘은 하도 밝아서
나는 잠자는 신앙을 숭배하고 마는
가을의 순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