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코모리
이월란(2011-2)
아무도 섭취하지 않아도 살 수 있었다
모니터에 뜨는 햇빛으로 광합성을 하는
꽃짐승 한 마리
미토콘드리아만한 방 구석에
목 잘린 시간들과 함께 앉아 있다
누구랄 것도 없이 꿈에서도 떠나는 뒷모습들은
옆 섬을 통째로 데려간 쓰나미 만큼이나
아연실색하기 좋은, 관계라는 것이었다
멀어진 것들과 가까이 있기로 했다
가버린 것들과 함께 있기로 했다
그리운 것들과 함께 가기로 했다
새 날이 올 때마다 진부해진 기억과
함께 눈 뜨기로 했다
제한속도를 넘어버린 세상에서
나는 마침내 나를 주차시켰다
표류뿐인 세상에서 이제야 정착했다
수갑의 경계로는 이 거대한
감옥을 채울 수 없었으므로
해저에 앉아 흔들리는 땅을 만져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