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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령 스키장의 추억
-스키는 3가지 '스키'를 할 수 있어야



눈이 많이 내리면 가장 좋아할 사람은 스키어들이 아닐까 싶다.
스키장 운영자와 스키장비 제조업자 및 판매업자들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포틀랜드 일원에는 지난 며칠 사이에 엄청난 눈이 내렸다. 도로가
정상적이라면 우리집에서 저 유명한 Mt. Hood 스키장까지는 2시간
정도면 족하다.
이민후 16년 동안에 수 없이 후드산을 찾아갔지만 스키를 탈 목적
으로는 한 번도 찾아가지 않았다.
이민 초기에는 스키를 다닐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었고 자리를 잡은
뒤로는 같이 갈 친구도 주위에 없었지만 별로 흥미를 갖지 못했다.
그 뒤로는 시간이 모자랄 뿐더러 체력이 따르지 않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스키를 타볼 기회는 어쩌면 영영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서글퍼진다. 그래서 한국에서
옛날 스키 수업할 때가 그리워지는지도 모르겠다.

원래 스키를 하려면 3가지 ‘스키’를 할 수 있어야 한단다.
이 말은 많은 이대생들에게 스키를 가르치셨고 나에게도 스키를
배우게 해주신 당시 이화여대 이창환 교수님에게서 들은 얘기다.
‘70년대 초반,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계절인 2월에 강원도 평창,
진부령 스키장에서 낮에는 열심히 스키를 가르치고 밤에는 일당에
모아놓고 스키에 얽힌 얘기들을 들려주시는 가운데 나온 얘기다.
첫째, 차이콥’스키’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스키어라면 음악을 좋아해야 하거나 적어도 그 부분에 조예를 갖춰야
한다는 말이다. 스키어의 수준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둘째, 위’스키’를 어느정도 해야한다는 것이다.
너무 맹맹해서도 안되고 주위 분위기를 맞출정도는 돼야 한다는 말이다.
음악이 있고 위스키가 있으면 댄스는 저절로 나오게 되어있다. 그래야
뭉쳤던 근육도 풀어지고 몸도 유연해져서 다음날 스키잉을 하는데
유익하다는 말이다. 실제로 그것을 체험해 보았다.
셋째, 그러고나서 진짜 ‘스키’를 할 수 있어야 비로소 여기서 말하는
‘Three ski’를 한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70년대 초반만 해도 한국에 스키장은 거의 없었으며 요즘같이 산장이나
호텔은 물론 없었고 그저 민박이 고작이었다고 기억된다.
자연히 한 방에 여럿이서 합숙을 하였고 대부분 1주일 단위로 스키장을
찾아왔다가 돌아가면 1년 내내 스키는 멀어졌다가 그 다음해 그맘 때에
다시 찾아가게 되니 그 기술이 얼마나 유지되며 늘어날 수 있겠는가.
보통 소질이 없고는 눈지방 아이들을 따라갈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스키를 잘 타려면 기초를 단단히 익힌 뒤에 무엇보다 연습량이 많아야
함은 물론이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체력유자를 잘해야 하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육류를 섭취해야 하는데 서울에서
준비해간 소고깃덩이를 눈더미 속에 깊숙히 집어넣어 냉장고의 효과를
얻는다. 먹을 때만 꺼내어서 잘 썰어 버너를 피우고 구워먹으면 된다.
자다가 배가 좀 출출하다 싶으면 밖에 나가 코펠에 눈을 가득히 담아
와서는 끓이다가 라면을 집어 넣으면 되고 아침에는 이 끓인 눈물로
모닝커피를 만들어 마셔도 전혀 이상이 없었다.

스키를 배울 때의 밤 꿈에는 항상 그 광활한 설원을 자유자재로 활강
하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첫 해를 그렇게 하고서도 이태를 더
갔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스키를 참 잘 탄다는 얘기는 들어본 기억은
없다.
그러고보면 나는 스키어 체질은 아닌 모양이다. 이제는 Three ski를
다 한다고 말할 수도 없으니…

<2004.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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